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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n 04. 2024

퇴사를 했는데 회사가 신경 쓰인다

퇴직자의 미련, 집착


시계를 보며 회사일을 가늠해 본다.


아 지금쯤이면 출근을 했겠고, 지금쯤이면 회의를 하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 나는, 집에 있네. 아침 일찍 헬스장을 다녀오고 '씻어야지' 생각하면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있다가 카페라테를 한 잔 내린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는데 네이버가 나에게 실수를(?) 했다. 팀에서 공용으로 쓰던 네이버 메일이 자동 로그인 되어 있었다.


아니 왜 네이버는 자동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놨단 말인가. 굳이 복잡한 비밀번호를 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귀찮아서라도 로그인을 하지 않았겠지만, 클릭 한 번이면 공용 메일을 엿보는 게 가능했다. 열어 볼까? 말까? 아니 왜 공용메일 비밀번호는 안 바꿔서, 나에게 이런 고민을 안긴단 말인가? 볼까 말까, 떠돌던 커서는 결국 공용 메일함을 열어버렸다. 그리고 괜히 기분이 헛헛해졌다. 내가 해 오던 일은 다음 후임자가 아무 차질 없이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잘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래 걘 없어도 됐어, 아무 문제없네. 이런 얘기를 들을 것 같아서 신경 쓰였다. 그런 비교를 하다가 '아차차, 정신 차려!' 하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이전에 내가 했던 일을 열어보고는 '그래 나도 잘했었어, 다 내가 만들어 둔 틀이잖아' 하고 신경을 끄기로 했다. 틀을 만들기까지가 힘들지, 그 짜인 틀 안에서 일을 수행하는 건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신경을 끄려고 한다. 그런데, 신경을 끌 수가 있을까. 자꾸, 아직까지는 신경이 쓰인다.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불과 이틀째 이기 때문에 당연한 걸까?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면 회사일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질까?


우선은 팀 공용메일의 자동 로그인부터 해제했다. 이젠 정말 안녕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회사로부터 로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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