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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Jul 21. 2019

평가가 어려운 이유(1)

평가의 본질을 이해하면 답이 보입니다

얼마 전 여러 해 지속해 온 팀장 역할을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역할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주 가까운 후배였던 후임 팀장은 팀장 역할이 처음이기에 기대도 있지만 두려움도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짧은 업무 인수인계 기간에 그의 첫 질문은 ‘팀원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였습니다.


팀장으로 선임된 이후 처음부터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지? 하는 걱정과 팀장님은 팀원들의 평가를 어떻게 결정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인사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초급관리자(팀장,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들은 질문과 하소연과 애로사항 중 가장 많은 부분은 팀원들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결정 장애가 그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인사업무를 떠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인사를 담당하면서 풀지 못한 숙제가 인사평가에 대한 가이드를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 숙제에 관해서는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임 팀장의 질문은 다소 난감했습니다.  그동안 자신과 동료 팀원들에 대한 평가 근거가 무엇이었느냐는 도발이 아니고 새로운 역할 수행을 잘해보려니 자신에게 곧 닥칠 첫 번째 큰 이슈였던 것입니다. 


업무성과 평가는 어렵습니다. 평가는 왜 어려울까요? 평가에 대한 고민을 꽤나 깊게 긴 시간 끌고 간 적이 있었지만 많은 논쟁과 적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강한 설득력을 갖춘 현답에 대해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대충 얼버무리기도 곤란한 질문이었지만 ‘우문현답’이랄까?  간단한 ‘나의 답’을 주고 설명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HR팀장을 해오는 동안 평가에 관해 많은 경우의 수와 고민 끝에 나름 그럴듯한 논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 후임 팀장은 의외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평소 팀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그들 각자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함께해 왔다면 팀장의 판단이 옳을 것으로 믿습니다. 어떤 평가제도, 어떤 기준을 마련해도 결국은 팀장의 판단에 따라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할 것입니다. 평가는 기준이 아니라 평가자의 평정심과 공정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성을 위해 평소 꾸준히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게 최선입니다. 평가는 연말 특정시기에 하는 게 아니고 일 년 내내 하는 것이고 연말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평가를 했다고 비난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평가는 팀장의 권한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성 있게 대비해야 합니다. 팀장과 팀원 간의 평가에 대한 견해 차이로 심각한 갈등을 겪는 경우를 여러 번 봐왔고 팀장들 스스로도 자신 없는 논리와 태도로 불만을 초래하거나 스스로 갈등 속에서 괴로워하며 인사에 하소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여러 번 평가제도 개선 과제에 참여했었고 많은 탐구와 고민을 해왔지만 인사를 떠나서야 조금은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생산직이나 판매직 업무가 아닌 비정형적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직원의 성과평가를 데이터에 근거하는 기준을 미리 설정해 놓고 평가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거나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평가기준은 과거 유사한 일을 놓고 결과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했느냐를 가지고 향후 발생할 사건 혹은 결과에 대한 가치를 예단하는 룰을 정리한 것입니다. 평가기준이란 이 정도의 결과가 나오면 이렇게 평가를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연 그렇게 기준을 정한 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평가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옵니다. 가장 흔히 알고 있는 것은 평가등급 T/O로 팀장의 의도대로 평가할 수 없는 제약조건 때문입니다. T/O 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팀장들의 불만이 큽니다. 팀원들 구성과 성과가 팀마다 다른 데 획일적으로 T/O에 맞춰 평가를 하라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입니다.  인사의 매크로(Macro) 관리와  각 팀의 마이크로(Micro) 관리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갈등입니다. 


팀원들 중에 퇴직예정자가 있거나 혹은 타 부서로 전출할 인원이 있으면 하위 평가등급 T/O의 희생양이 되는 게 상식처럼 되어있습니다. 퇴직예정자야 양해가 될 수 있어도 사내 전출 인원의 경우는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점을 받고 경쟁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누구 하나 낮은 평가등급을 곱게 수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되면 팀장은 평가제도를 탓하거나 인사의 부당함을 팀원들에게 설파하면서 평가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합니다. 실제로 누구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팀원이 없고 일의 결과도 나무랄게 별로 없다면 팀장의 등급결정은 정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특별한 과제 수행을 위해 각 조직에서 선별해서 모인 Task조직의 경우 평가를 원 소속에서 할 경우 팀 성과에 기여한 부분이 분명하지 않으면 팀에서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고 Task팀에서 평가를 할 경우 모두를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제약 때문에 인사와 갈등하고 Task팀장은 고민이 커집니다.  

또 다른 팀장들의 고민은 진급을 고려한 고과 품앗이로 인한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고과 품앗이는 분명 잘못된 판단이고 공정하지 않은 의도적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포기하지 못하는 팀장의 마음이 그런 불합리한 결정을 하게 합니다. 이 또한 등급 T/O 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평가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하려 해도 진짜 어려움은 일 자체에 있습니다. 일은 처음 목표를 향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과제도 건물을 짓거나 기계설비를 만드는 일처럼 공정에 따라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 접하는 상황이 태반이고 예기치 못하는 크고 작은 변수가 계속 발생합니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제라면 잘 보이지 않는 경쟁상대의 목표를 예상해가며 또 그들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기기 위한 수고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과제가 목표를 달성했느냐가 끝이 아니라 그래서 경쟁상대를 이기는 결과를 얻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좋은 결과가 주어진다면 망할 비즈니스는 없습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는 가히 예측 불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정글 속에서 무빙 타깃을 맞추는 상황에서 평가기준이란 한가한 놀음이 아닐까요? 


누가 능력이 있고 능력을 발휘해서 타깃을 잡는 데 기여했는지는 동행해서 함께 작전을 펼친 팀장이 압니다. 수행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노력을 했고 누가 희생을 감수했고 누가 두려움으로 주저했고 누가 용기를 내어 어려움을 돌파했는지 팀장은 알고 있고 알아야 합니다. 팀원이 많아 구석구석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면 분야별 선임자들의 조언을 듣거나 평소 더 많은 정보수집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평가는 팀장의 몫입니다. 어떤 방식과 절차를 택하든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 책임을 인사제도 탓으로 돌린다면 리더의 자격이 없습니다. 필요하면 인사에 어필할 수도 있으나 인사나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결코

팀원들에게 전할 얘기는 아닙니다. 


평가의 어려움은 일 자체와 그 일 수행 결과에 대한 해석이 평가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평가자(일 수행 담당자) 또한 자신의 일 결과에 대한 판단과 기대를 갖는 것이 하나의 평가 관점을 갖는 것이고 그 판단과 기대가 평가자(상사)의 관점과 많이 다를 때 서운하거나 혹은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평가에 관해서 수많은 사례연구, 개선방안, 새로운 평가방식 등이 제시되고 실험되었지만 실효성을 검증받았다고 할만한 대안은 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로 변경하는 변화가 있지만 그 또한 문제점이 적지 않고  심지어는 '평가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데 평가를 통하지 않고 연봉을 결정할 수 도 없고 인사평가가 연봉 결정 이외에도 인사관리의 여러 용도로 필요로 한 데이터인데  아예 평가를 없애기도 곤란하겠지요.  많은 불만을 야기하는 '문제의 인사평가' 이기에 하기는 어렵고 안 할 수 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짜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과 평가 행위의 본질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좀 더 가까이 이해한다면 불만이나 갈등의 원인을 좀 덜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편, 평가의 어려움(2)에서 '일-과제 수행 자체에 대해 평가의 관점'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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