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표류 중입니다.
안과 밖이 구별이 안되고
하늘과 바다가 뒤섞여있고
시간은 잠수 중입니다.
졸고 있던 거북이를 잡았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 뒤집으니
바둥거리는 모습이
표류 중인 나를 닮았습니다.
에미 거북이가 낳은 백몇 개의 알 중에
한 두 개만이 산다고 합니다.
그 백분의 일의 확률 덩어리가
내 앞에서 백분의 백으로 되려 합니다.
내 생존 확률은 얼마일까요?
내 생존 확률을 좀 더 높이려면
놈을 먹어야 하고
거북이의 확률을 높이려면 놔줘야겠지요.
거북이가 나한테 묻습니다.
네가 살 확률 100프로
날 놔줄 확률 50프로
놔준 내가 살 확률 10프로
표류 중입니다.
시간이 아예 멈추어 버린
이 시커먼 공간 속에서
확률과 내가
동시에 표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