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거리에서 살아남기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은 대체로 일 때문에 만나기 때문에 친해지기가 어렵지만 세월이 흘러 좀 더 친하게되면 자신들의 과거 얘기를 할 경우가 있는데 군대 얘기는 빠질 수 없는 단골이면서 그 무공담을 듣다 보면 한국에 그렇게 많은 특수 부대 출신들이 있었는지 놀라게 된다.
그 흔한 100(일빵빵이라고 부르며 군대 병과 중 가장 많은 소총수를 칭하는 번호이다)은 열 명 중 한 두명 정도에 불과하고 방위를 나왔어도 꼭 전투 방위출신이어서 오히려 육군 출신들 보다 더 지독한 훈련을 받았다며 거품을 물고 얘기하기도 한다.
난 전투 경찰 출신이기도 하거니와 경제과 출신이라고 일등병 때 PX로 차출된 후로는 그 흔한(?) 유격 훈련 한 번 안 받고-결단코 못 받은 것이 아님- 군 복무 내내 빵과 초코렛만 팔다 온 추억이 전부여서 군대 얘기만 나오면 그들의 무용담에 맞장구 칠 뿐 뭐라 입도 뻥긋할 군번이 못되곤 했다.
특수 부대 출신들이 얘기하는 지독한 훈련은 결국 적을 잘(?) 죽이는 방법과 자신이 살아 남는 방법을 좀 더 치밀하고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인데, 공수 부대 출신 친구가 맥주 거품을 자동 소총으로 난사하듯 사방에 튀겨가면 내린 결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과 안 받은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낙하할 때 다리 부러지고 안 부러지고의 차이가 아니라 적이 눈 앞에 갑자기 나타났을 때 총이 올라가느냐 머뭇거리느냐의 차이이며 그 차이로 인해 내 목숨이 먼저이냐 적이 먼저이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일단 정신이 휘까닥 돌지 않고는 어려운데, 보통 훈련으로 사람을 휘까닥 가게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 휘까닥 가게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한 번 휘까닥 가면 두 세번 휘까닥 가는건 그 때부터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 놈의 휘까닥은 고사하고 유격도 안 받은 필자로서는 같은 종족인 인간은 고사하고-헐,인간을 죽이라고라고라…-개구리조차 죽여본 일이 없기 때문에 느즈막한 나이에 캘거리에서 살생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몸을 바르르 떠는 것이다.
캐나다의 다른 동물들은 한국보다 대체로 몸집이 크지만 유독 쥐는 작은 정도가 아니라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보면 귀엽기조차한 그 놈의 쥐가 바로 주인공이다.
밖은 늘 그렇듯이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는 몇 년 전 12월의 어느 날, 부엌에서 쥐를 처음 본 순간 난 특수 부대 출신 친구가 얘기해 준 총이 올라가는 순간을 떠올렸지만 몸이 순간적으로 반동하기는 커녕 멈칫하면서 놀래는 사이, 유격 훈련을 못 받은-안 받은 것이 아닐 것임- 캐나다 쥐는 유격전문가처럼 잽싸게 구석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그 쥐는 살기 위한, 난 인간적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전투가 작은 집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특수 훈련을 못 받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마트에서 사 온 독극물 살포와 미끼를 이용한 유인 작전,작대기로 구석이란 구석은 다 쑤시면서 소리 지르는 쌩쑈 작전등 별별 작전을 다 써보았으나 그 쥐는 여전히 능숙한 게릴라 전법을 폈고 난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사흘정도가 지난 어느 날 이런 전투 소식을 들은 이민 선배가 마지막으로 끈끈이 작전을 권하면서 그 전투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끈끈이에 붙어서 애처롭게 찍찍거리는 아주 조그만 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가 문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집게로 찝어서 빈 과자 상자에 고이 모신(!) 후 집 밖에다 내어 놓았다.
때가 눈이 앞 마당에 잔득 쌓인 12월 중순쯤이어서 동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날 그 과자 상자를 툭툭 쳐 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동사한 것이다.
그런데….
5년도 더 지난 이 살생의 추억이 떠오른 이유는 이 놈의 쥐가 또 다시 나타난 것이다.
한 번 휘까닥하면 두 세번 휘까닥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친구의 말씀이 거짓말인건 지금 눈 앞에서 찍찍거리는 이 놈의 쥐를 끈끈이로 잡은 다음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고민되는 것이다.
밖은 영상 20도 이상이어서 동사해서 죽이는건 말도 안되고......
아, 어쩔것인가?
누구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