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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이 Sep 29. 2017

What do you think?

퇴근하다 단숨에 써내려간 외노자의 일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배움 그리고 생각과 표현, 디자이너에겐 필수


여기는 홍콩, 나는 홍콩에서 UI 디자이너로 일하고있다.

이곳에서는 정말 사소한 것부터 큰 이슈 결정까지 서로의 의견을 자주 물어보고 대화와 토론 시간을 자주 가진다. 갓 입사했을때 딱히 바쁘게하는건 없었던것 같았는데 왜 그렇게 몸이 피곤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영어로 모든일을 진행해야했기에 하루종일 온신경이 바짝서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퇴근쯤엔 항상 파김치가 되어 집에오자마자 뻗었다. (물론 지금도..) 그리고 다들 너무너무 말이 많다고 느꼈다. 어쩜 한 두마디로 간단요약하면 될것을 왜 30분이상 떠들어대는지, 매일매일이 8시간 이상 진행되는 영어 듣기와 말하기 테스트 시간과도 같았다. 의견을 나한테만 묻는건 아니었고 모두의 관점을 들어보는것이였는데 생각한걸 말로, 특히 영어로 표현하는게 훈련되지 않은 나의 뇌는 적응이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왜 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게 어려웠을까?

오늘로써 일을 시작한지 만8개월이 되었고, 요즘에 들어서야 내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게 어색하지 않아졌다. 처음엔 다른 디자이너들이 내 의견을 방어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뭐라고 말하는게 정답일까,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디자인엔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눈치를 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남과는 다른 의견을 냈을때 곱지 않을 시선이 두려웠고, 안전한 길을 언제나 가고싶어했던게 습관이 되어서였기때문일거다.


정말 부끄럽지만 오죽하면 내 매니저가 입사초기 첫 한두어달동안은 회의할때마다 SungHee, what do you think? 이 질문으로 나와의 대화를 유도했다. 짖궂은 한 동료는 그걸로 놀리기도 했다. (나쁜넘...) 좋게 말하면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할수있게, 중간에 끼어들수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개별면담할때 적극성에 대해서 말이 나왔고, 나는 그때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고, 어느정도 너희들의 일하는 방식이 파악된 후에 하겠다하면서 좀더 적응할 시간을 요구하며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지금은 어떠냐고?
아직 원어민들 레벨로 진입하려면 갈길이 멀어보이지만, 이젠 토론 중에 끼어들기도하고 묻기 전에 내 견해를 적극 개진하기도한다. 나라면 이렇게 디자인을 했겠다던지, 이 디자인의 이 점이 이래서 좋아보이고, 이 부분은 이런 이유로 별로라던지... 처음 입을 떼기 어려웠을뿐이지, 영어표현은 어렵지 않다. 가령 What I like this design is..  I like it because.. I would do it in this way.. 그리고 표현이 행여나 틀리더라도 소통하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왜냐면 나에게는 인터넷 사전과 구글 번역기가 있으니까! 또한 주변 디자이너와 일하면서 배우는 영어가 꽤 큰 도움이 된다.



영어는 대화수단 중 하나일뿐,
디자이너끼리는 비주얼 언어로도 대화가 된다.


입사 6개월후 가게된 캐나다 본사 출장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가고있나? 아님 아직 올챙이인가..


입사 후 첫 3개월은 하루하루가 낯설고도 어색했다.

그중 제일 떨렸던 순간중 하나를 꼽자면, 내 책상에서 HR과 전화통화를 해야했는데 그때 제발 아무도 내 영어를 듣지 않았으면해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화하며 1분만에 통화를 종료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 자리에서 3시간 이상 다른 아시아팀 부서들과 skype 회의를 무탈하게 진행하고있으니 그간 내공이 좀 쌓인것 같다. 그렇다!! 처음이 어려울뿐이다!




큰 용기가 된 그의 한마디.

현재 나의 매니저와 잡 인터뷰를 할때였다. 내가 너무 많이 긴장해서 프리젠테이션 도중 미안하다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고 포트폴리오에 대해 설명하고있었는데 매니저왈, "괜찮아, 긴장풀어. 우린 같은 디자이너니까 비주얼 랭귀지로 대화할수 있어." 이 말이 얼마나 큰 용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의 부메랑이 되어 입사후에 터지지 않는 말주변을 최대한 디자인 작업으로 메꾸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참으로 힘겨웠던 기간이었다.


어쨌든, 처음은 그렇게 지나갔고 그 다음은 기대 이상을 것을 보여주어야하는걸 알기에 매일같이 잘해보려..용쓰고있다. 아 쉬운게 없는 인생이다. 내일은 불금이니 부디 칼퇴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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