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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Nov 29. 2023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의 교양

    찬바람이 부니까 샐러드는 차갑다. 그래서 생각난 우유. 우유만 있으면 회사의 커피머신으로 스팀을 쳐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우유가 보글보글 불어난다. 차가운 우유는 따뜻한 공기방울을 흡수하자 폭신하고 부드러운 라떼용 우유가 되었다.


    내 자리에 앉아 따뜻한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신다. 따뜻한 우유는 그 자체로 주는 힘이 있다. 헛헛한 마음이 들 때 나는 종종 따뜻한 라떼를 마시곤 했다. 카페라떼에는 꼭 시럽을 넣지 않아도 풍부한 맛이 있다. 덜 달고 심심한 내 취향의 맛이다.

    

    맛이 없는 것은 아무리 먹어도 음식에 대한 갈망을 채워줄 수 없다. 만족스러운 음식만이 마음의 위장을 채워준다. 배는 고픈데 계란 프라이 할 힘도 없는 날, 무언가를 사러 나가기도 귀찮은 어느 휴일, 남아있던 식은 밥에 고추장만 넣고 비벼먹었던 적이 있다. 밥 한 공기의 칼로리가 300칼로리라는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는데도 배가 고팠다.  따뜻한 우유 한 잔 마신 것만 못한 허한 기분이 들었다.  '괜히 먹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식사였다. 너무 배고플 때까지 나를 방치한 것이 첫 번째 잘못이었고, 또 신중히 식사메뉴를 고르지 않았던 것이 두 번째 잘못이었다.


    '먹기 위해 산다'는 것은 단순무식한 소리가 아니고 굉장히 교양 있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음식을 선택하는 것. 이것은 우리 삶을 빼곡하고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을 맛있게 섭취하는 행위는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첫 단추이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사적인 취향을 알아간다. 그중에서도 나의 미식취향을 아는 것은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출발선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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