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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Dec 01. 2023

걱정 총량의 법칙


걱정 총량의 법칙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걱정이 해소가 되면 다른 걱정이 빈자리를 채운다. 한꺼번에 동시에 밀려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걱정인형들 중에 가장 큰 뚱뚱이 걱정인형이 당당히 마음의 중앙무대로 올라간다. 한 걱정인형이 무대를 장악하면 그 걱정만이 내 머릿속에 꽉 찬다. 가장 심각한 걱정을 걱정하기 위해 다른 걱정들은 잠시 후순위로 밀려난다.




우리 부부의 다이어트 식단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이번달 청약 중도금 6회 차가 현금 납부인지 대출로 처리되는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현금납부가 맞다면 3일 안에 현금을 마련해야 했다. 나는 다이어트 식단 걱정은 집어치우고 바로 중도금 납부 현황을 찾아보았다. 다른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한참 검색해 보고 또 은행에 전화해서 재차 확인한 후에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살았다!  6회 차 납부도 대출이었다.


그 사이 다이어트 걱정인형은 말도 없이 다시 자기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다이어트 걱정은 언제 입주했는지는 몰라도 걱정의 집에 장기투숙하는 친구인데, 커다란 걱정거리가 없을 심심한 시기 때마다 걱정마을의 메인 무대로 살며시 문을 열고 등장한다. 그래 다이어트가 뭐가 대수겠나. 이렇게 생각해도 다이어트 걱정은 또 다시 한가한 어느 날 “안녕? 나 또 왔어.”하며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인사할 것이다.



 '나는 왜 이리 걱정이 끊이질 않지?' 만큼 어리석은 생각도 없다. 걱정은 원래 끊임없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강도가 다를 뿐이다. 방 속에 들어가 있는 걱정 친구들이 자리만 났다 하면 순서대로 문을 열고 나온다. 걱정이란 교대로 돌아가며 반복적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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