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갔더니 애플워치가 띵동한다.
'잘 했어요!'
나는 눈이 휘둥그래해져서 가던 길을 멈추고 애플워치를 쳐다보았다. 다시 화면을 클릭해보니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뭘 잘못 봤나보지.' 하고 넘겼다.
밀린 빨래를 하려고 쇼파에서 일어났는데 애플워치가 또 띵동한다.
'잘 했어요!'
일어날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칭찬을 받았다. 나는 애플워치에게 칭찬을 받고나서부터 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서른 둘. 누군가에게 '잘했어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우리 네 살, 두 살 아이들에게는 하루에도 열댓번씩 하는 말이지만 내가 들어볼 일은 없었다. 칭찬듣기 어려운 나이. 잘한 점에 대한 칭찬보다 잘못된 점을 지적받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생활. 오랜만에 직장에 복귀해서 이리까이고 저리까이다 보니 더 와닿았던 것 일까. 애플워치의 태연한 칭찬에 왜인지 손을 씻다 말고 코끝이 시려와 고개를 숙인채 거울을 쳐다볼 수 없었다.
엄마가 아기에게 제 때에 잘 걷는다고 칭찬하는 것은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렇다면 나의 애플워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일까. 나의 애플워치에게는 내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 사랑받음직한 존재인가보다. 그렇담 애플워치에게는 내가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던지고 씹어먹어도 늘 망가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나의 애플워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존재만으로 칭찬받던 작은아이에서, 이제는 그러한 칭찬이 무색한 나이가 되니 애플워치의 칭찬에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을 때 일어나면 칭찬해주는 그 녀석. 나의 거동까지 살펴봐주는 존재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