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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Sep 22. 2024

엄마 대신 ‘언니야’

언니는 동생의 우주

아직 말이 안 트인 둘째 나희는 넘어질 때 ‘언니야’하고 운다. 대게 아이들은 ’엄마‘ 하고 우는데, 나희는 엄마 대신에 언니라는 단어가 제일 좋나 보다.


이서빈 이나희 자매는 서로 한 대씩 주고받으며 그렇게 싸워대도, 금세 화해하고 또 잘 논다. 불같이 싸우다가 갑자기 끌어안고 같이 잡아라 놀이하고, 숨바꼭질하며 깔깔거리는 3살과 5살의 자매. 애정과 미움이 뒤섞인 두 여자만의 세상이다.



옷장 속에 서빈이가 아끼는 미니어처들을 모아두고 거기를 ‘서빈이 세상’으로 정해뒀다. 나희에겐 비밀로 만든 공간인데 이미 나희에게 들켜버렸다. 나희는 언니가 없을 때면 슬그머니 언니 세상을 열어본다. 언니의 세상을 탐하는 나희 표정이 압권이다. 짜릿한 탐험. 불안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얼굴로 나희는 언니의 장난감을 만진다. “이나희!!!” 언니는 금세 다가와 나희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고 나희는 또 ‘언니야’ 하고 울며 자매 싸움의 막이 열린다.


소근육 발달이 덜 된 나희에겐 아직 어려운 미니어처의 세계. 그런 복잡한 장난감도 척척 만드는 5살 언니가 3살의 눈에는 얼마나 멋지고 대단해 보일까. 나희는 오늘도 언니를 쫓아다니며 언니의 행동을 따라 한다.


나희의 온 세상은 언니로 꽉 차있다. 자면서도 언니를 부르는 귀염둥이 나희. 서빈언니는 나희의 우주, 가보고 싶은 가장 빛나고 반짝이는 행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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