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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Mar 01. 2022

호두 한 알과의 수상한 동거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

전쟁이 일어났다는 뉴스 보도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갓난아기만이라도 살려달라며 아기를 국경선 위로 던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우리 정부는 난민을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제 난민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상황과 인권문제를 호두 재판이라는 소재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오마르와 그의 이웃들을 통해 모든 어린이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고, 이는 난민 어린이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깨닫게 한다. 또한 난민 문제에서 출발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사람은 머물 곳을 찾고 있는 존재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행복이 되어준다는 인간 보편의 사실을 알려준다.


정원사 아빠와 계피향이 나던 엄마를 전쟁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집어삼켜버리고, 살던 고향을 떠나와야 했을 때 오마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별이 있는 것 같았던 오마르의 까만 눈동자가 어쩌면 금세 울음을 터트릴 것 같기도 했다는 줄리에트 할머니의 말에서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오마르의 엄마는 '모든 아이는 꽃과 함께 자랄 권리가 있다'라는 말과 함께 오마르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꼭 육지로 가라고 이야기해준다. 모든 어린이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고, 난민 어린이 역시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베아트리스 오세스 글, 안소민 그림, 김정하 옮김, 꿈꾸는 섬 펴냄)'은 호두가 된 난민 어린이 오마르를 둘러싼 법정공방을 다룬 책이다. 시간의 흐름이 과거에서 현재로 또 과거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동안, 베일에 둘러싸여 있던 오마르의 사연은 깊이 있게 독자에게 전달된다. 책 전반에 이어지는 오마르의 담담한 독백은 전쟁의 참혹함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그리고 전쟁 속에서 부모와 헤어진 오마르가 왜 마을에 정착해야 하는지 독자로 하여금 그 당위성을 받아들이게 한다.


머물 곳을 찾는 사람에게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은 난민 소년의 성공적인 정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가지고 살던 인간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행복해져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머물 곳을 찾는 사람에게'라는 서두가 그렇다. 오마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마음이 머물 곳을 찾는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치유받으며 살아간다. 나무에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온 호두를 사랑해주는 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은 점차 깨닫게 된다.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행복해져 가는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파나타판사 역시 아몬드였다는 마지막 이야기는 책의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가장 완벽한 마무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러운 손주를 둔 할아버지이자 명망 있는 판사가 된 아몬드의 성장처럼 호두의 멋진 성장을 상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세상의 많은 아몬드, 호두, 잣, 땅콩 독자들에게 더없는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아몬드이자 호두, 잣, 땅콩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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