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아웃2를 보고 싶었는데 주말을 활용해서 겸사겸사 아이와 인사이드아웃1과 2를 몰아서 봤다. 신랑은 회사 회식에서 인사이드아웃2를 봤다는데 그렇게 재미있게 보진 않았다며 졸면서 보면서 함께 했다. 연애할 때 봤던 인사이드아웃을 아이와 보려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때는 영어판으로 봤다는 것과 지금은 더빙판으로 본다는 것이 다르지만 내용과 작화는 같으니 같은 영화로 쳐도 될 것 같다.
인사이드아웃1에서는 빙봉이 자신을 희생하며 기쁨이를 보내주는 것이 나에겐 눈물 포인트이자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고 인사이드아웃2에서는 기쁨이가 모든 경험이 다 자아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특히 사춘기 시기에 찾아오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불안이를 통해 그리고 살짝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을 통해 잘 표현한 듯 해서 역시나 하며 무릎을 탁 쳤다.
기쁨이를 통해 인사이드아웃은 주인공이 성장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1에서는 기쁨과 슬픔은 공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그렇고 2에서는 쓸모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버렸던 것들도 모두 '나'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깨닫는 부분이 그렇다.
신랑과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눴는데 남자의 시선으로 봤을 땐 공감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자아이들 간 눈치를 보는 부분들이나 비교하거나 초조한 경험 등은 그 시절 남자아이들과는 좀 다르다고 했다. 남자아이의 시선에서 인사이드아웃이 나온다면 좀 더 공감이 갈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아이는 매일 보는 로봇 만화가 아니라 재미없어를 달고 영화를 같이 봤다. 주인공이 가출하는 장면이나 선생님 몰래 수첩을 보는 등 장면에선 놀라하며 집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영화를 이해했다기 보단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커서 본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볼 수도 있겠지.
인사이드아웃에서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이 다르다는 건 1편에서도 잠깐 나온 바 있다. 주인공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엄마가 아빠에게 얘기를 해 보라고 눈치를 주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듯 하다. 신랑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으로 말하다가도 여자와 남자의 시선으로 갈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시절부터 성별로 역할을 나누거나 특히 가정시간이 있었던 우리 시대까지는 성별에 의한 생각이 정체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도 내재화된 그런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경험도 있는 듯 하다.
여자로만 살아와서 남자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 남자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매일이 부족하다. 갑자기 소리를 왁 지르는 게 그렇고 갑자기 춤을 추거나 하는 것이 그렇다. 나와 다른 생명체라고 이해하며 가르치고 함께 하면서도 왜저러지 하는 부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과 함께 남자와 여자의 시선을 잘 융합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