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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27. 2017

주막특공대, 지역을 탐하다

프롤로그

전국 양조장 특집 기획 기사를 쓰자는 얘기는 벌써 2년 전부터 언론사 2개로부터 가끔 주거니 받거니 하던 일인데 생각보다 경비와 품이 만만찮게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막상 착수하긴 쉽지 않았다. 특히 나처럼 까탈스럽고 사람 가리는 데다 독립적인 인간이 누군가와 빠른 시일 안에 친분을 먼저 쌓은 다음 친해져서 여행 가듯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술펀도 벌써 만 2년을 넘기다 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뢰 관계를 구축하게 된 좋은 사람들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주.막.특.공.대.


주막특공대가 뭐냐고? 뭐 딱히 대단한 걸 하자고 만든 건 아니고 술펀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취재 협조 등으로 신뢰를 쌓아 왔던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와 주령사 3기로 만나 협동조합까지 만들게 된 영상 만드는 김도연 피디랑 셋이 쿵짝이 맞아 "함께 취재하고 서로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기획을 하다 자연스럽게 나온 네이밍이다. 특히 요즘 내가 주막에 꽂혀 있는 데다 기본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술이 만들어지고 누가 그 술을 만들어 왔는지, 또 그에 어울리는 향토 제철 음식은 뭐가 있는지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자는 의도였달까. 독수리 5형제 느낌도 나고. 나야 워낙 양조장을 다양하게 다녀 봤지만 일하기 위해 들르는 것과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취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 드디어 올해는 벼르고 별러 때를 기다리며 준비해 왔던 무크지나 웹진을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다. 사업이란 건 항상 "때"가 있는 법이고 성격이 매우 급한 나도 창업을 하고 나선 이렇게 기다릴 줄 아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하긴, 성격이 매우 급하기 때문에 그 "때"가 어쩌면 그나마 빨리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김 기자, 김 피디 사이에 나만 이씨긴 한데 무튼 세명의 스케줄을 동시에 맞추자니 주말을 끼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하여 첫 취재일을 3월 25일로 잡고 안산을 그 첫 번째 방문지로 추천했다. 셋 다 나름 자기 분야에서는 프로페셔널이라고 해도 첫 취재는 아무래도 익숙하고 확실한 곳으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었고 거리 상 가깝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문화재 및 문화재청과 돈독한 한 사람으로서 무형문화재가 있는 양조장을 넣고 싶은 마음도 컸다. 사실 문배주나 이강주, 안동소주 같이 이미 널리진 술은 재미없잖은가? 태어날 때부터 남들이 다 하는 건 죽어도 안 하던 나란 인간은 언제나처럼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좋은 술과 사람들을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일하러 가면 정말 그 '일'에 관련된 일들을 하느라 돌아볼 여유도 없고 현장에서 할 일을 끝내고 나면 사무실 복귀하여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근처 맛집을 가 보거나 사람들을 따로 만나보긴 힘들다. 특히 직접 운전해서 지방 출장 갈 경우는 도착하여 일 마무리하고 저녁쯤 되면 쉬고 싶은 마음이 다소 커져 있기 마련이고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저녁 5~6시 이후엔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내 일이 끝날 때쯤 그들의 일도 끝나 있다. 함께 일한 분들과 밥이나 술을 마시게 되면 대부분 찾아서 갈 만한 곳들보다 근처 가까운 곳에 편하게 갈 때가 대부분이라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정말 일만 하고 끝난다.


게다가 일 하러 갈 경우 혼자 가거나 직원 하나 정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화 상대가 대부분 양조장과 그 관련자들이라 '어' 해도 '아'하고 알아듣는다. 그런데 우리술에 관심은 있지만 지식이나 전문적인 측면에서 일반인에 가까운 분들과 동행할 경우 그들의 눈높이에서 궁금증이나 질문을 들어볼 수 있고 쉽게 풀어 설명하는 걸 보통 내쪽에서 도맡게 되는데 스스로도 그동안 보고서 안에서만 늘어놓았던 주류 및 양조 지식에 관해 좀 더 돌아보고 공부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주류 제품에 관한 품평과 맛에 대한 첨언을 공개하기 매우 꺼리는 편이다. 일단 거짓말을 못 한다. 사실 내가 창업을 한 것도 바로 이런 연유인데 상사나 선배 말에 말대꾸 최고로 잘 했고 대신 일도 최고로 잘 했다. 사회생활 하기 매우 어려운 스타일이다. 저 윗 상사나 간부와 친하고 바로 위 사수랑 매우 불편한 그런 스타일. 대충 아닌 척을 못 한다. 아는 걸 모르는 척하는 것도 어렵지만 아닌 걸 기다 할 수도 없는 노릇. 우리 내부 직원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술 시음에 있어 혹평도, 혹평도, 이런 혹평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 기준이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이다. 맛에 관해 매우 까다롭고 높은 기준을 소유하고 있어 나 같은 인간이야 말로 맛집이나 미식 탐험을 하기에 매우 부적절하다. 뭐든 맛있게 흡입해야 할 텐데 종목의 까다로움이 없는 대신 재료 자체의 퀄리티, 품질에 매우 까다롭다. 뭐든 잘 먹지만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음식에 대해 바로 얼굴이 찌그러진다. 모험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닭발이나 오돌뼈처럼 싫어하는 식감이 확고하다. 심지어 재료가 가진 기운이 탁하다는 둥 도저히 증거로 제시할 수 없는 종류의 품평까지 곁들여지면 이건 뭐, 아스트랄이 따로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미식가나 소믈리에의 품평을 봤을 때 딱히 나랑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다. (-_-;;;)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 양념보다 재료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 방식을 좋아하는데 밖에서 사 먹는 음식 대부분은 MSG가 많아 식후 속이 불편하고 MSG가 없더라도 좋은 장류를 쓰지 않기 때문에 크게 만족을 얻지 못한다. 그렇다고 한 끼에 수만~수십만 원 하는 집에서 자주 외식을 하기도 어렵고 말이지. 벌써 10년 이상 굳어진 하루 두 끼 먹는 습관으로 저녁 만찬, 더더욱 어렵다. 오히려 운동하고 나서(운동의 목적이 다이어트가 아님) 야식을 먹는 편이다. 사무실이 대학 안에 있어 학교 식당 종종 이용하는데 3일 이상 연달아 못 먹는다. 고려대 인간적으로 식당 너무 맛없다. 내가 13년 전에 놀러 와서 먹었을 때 가격은 반이었지만 요즘보다 훨씬 나았다.  전철이나 버스 타는 것도 싫어한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숨 쉬는 공기 공유하는 걸 싫어한다. 달걀, 고기나 생선류는 소금도 없이 굽는 걸 좋아한다. 물론 생으로도 잘 먹으며 육류는 기껏해야 후추 정도? 특히 장류와 김치류는 사 먹긴 하지만 종ㄱ집 김치라던지 순ㅊ 고추장, 된장류는 거들떠도 안 본다. 


요즘 우리 집 김치는 양조장에서 얻어 온 것들이 많다. 워낙 밥을 잘 먹어서 양조장 사장님, 어머님들이 매우 이뻐라 하신다. 반찬이랑 김치 막 싸 주신다. 공짜 안 좋아하는 성격 상 처음엔 손사래 쳤는데 일정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나도 같이 편해져서 넉살 좋게 얻어먹는다. 특히 전라도에서 얻어오는 김치, 정말 내 사랑 마이 럽, 그 어떤 맛집에서도 사 먹어 볼 수 없는 그런 맛이다. 음식 잘 하는 사람이 술 잘 빚는다는 거 정말 진리 중에 진리다. 이건 나처럼 양조장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경험해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글을 쓴다. 진짜를 알려 주려고. 


그렇다고 필요 이상 사치하거나 깔끔 떨지는 않는다. 꼭 유기농이나 무농약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이건 오히려 정치적인 선택에 가깝다. 개인 공간은 지저분하고 어질러진 편. 위생의 기준이 조금 다르긴 하다. 적당한 균이 신체를 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증진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느 정도 선까지인지는 다소 주관적인 편이다. 내게 더러운 건 남에게도 더럽다. 민폐형 깔끔 떨기를 매우 혐오하는데 특히 공중화장실 양변기에 엉덩이 들고 쉬 하는 여자들, 양변기에 서서 오줌 싸는 남자들 처벌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양변기에 뚜껑 내려놓고 나가는 것 매우 민폐다. 대장균이나 세균이 튀는 것 같으면 물 다 내리고 난 다음에 열어 놓던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려져 있는 양변기 뚜껑을 여는 일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과도 같다고나 할까? 아무도 안 본다고 공중 화장실 더럽게 쓰는 사람들, 제 아무리 깔끔 떠는 사람도 남한테 민폐끼치면 영혼이 더러운 것이다. 나의 기준은 대략 이러하다.


술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더러운 마음으로 더럽게 빚은 술은 더러운 맛이 난다. 어떻게 비위생적인 양조장에서 만든 술에 좋은 미생물과 균주가 살아 숨 쉬며 맛있는 술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다 자기 합리화다. 옷으로 따지자면 '말끔하게 입는다'는 건 새 옷을 입어 좋은 게 아니라 깔끔하게 빨아서 어울리게 입는 게 필요하다는 것과 같다. 술 망치면 증류하면 된다고? 상한 술덧 증류해 봐야 상한 알콜 밖에 안 나온다. 20세기 초중반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나 30년 이상된 양조장에는 분명 그곳에만 번식 중인 미생물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오래 되었다고 무조건 지저분한 건 아니다. 그것은 시각으로, 냄새로, 술맛으로 전부 알 수 있다. 아쉬운 건 오래된 양조장의 설비나 위생 상태가 현재의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아 철거될 때이다. 혹시 누군가 관계자들 중에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시다면 돈이 좀 들더라도 꼭 오래된 건물을 남겨 두셨으면 한다. 그리고 술펀으로 연락 달라.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좋은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조장에 대한 환상이 많은데 양조장 업무의 2/3가 뭔지 아는가?


청소다.    <=== (긁어보셈)


양조장 일은 청소로 시작해 청소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 한 마리 빠지면 100L 건 1000L 건 발효조에 든 술 다 갖다 버려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일 돌아가는 막걸리 공장이 아니라면 파리, 모기뿐 아니라 온갖 벌레가 넘쳐나는 한여름과 습한 장마철에 술을 빚지 않는 양조장들이 꽤 있다.  곡주 특유의 단맛과 단향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대규모 초파리떼를 술통 근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집에서 항아리 한 단지 정도 빚는 양이 아니라 대량 생산하여 판매하는 곳이라면 술맛 이전에 위생에 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술 잘 빚는다고 인정하는 장인과 양조장 중에 위생에 관해 대충 생각하시는 분들은 단 한 분도 없었다. 과할 정도로 깔끔하게 관리하신다. 술도 어쨌든 음식이고 식품인데 "위생"이란 요인은 강화보다 처벌의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즉  위생을 지킨다고 매출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위생적이지 않음이 발각되면 매출이 곤두박질 칠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돌 던져도 좋은데 술에 관한 나만의 지론이 있다. 더럽고 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빚은 술은 바로 그런 맛이 난다. 단 여기서 탁한 술이 탁주는 아니다. 건더기가 있어 탁도에 있어 탁한 술과 술맛이 탁하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가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한 문제라면 후자는 다른 미식과 같이 전적으로 주관에 달려 있다. 99%의 과학 기술이 술을 빚고 나머지 1%에 사람의 손맛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그 1%는 술맛의 99%를 좌우한다. 

 

술맛을 보기 전에 사람을 먼저 본다. 



남들이 뭐 라건 나 스스로 나의 평가가 사람에 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제품에 관해 쉽게 단정 짓고 뻔한 말로 칭찬과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걸 매우 꺼린다. 나는 에이전시, 즉 대행사에서 하는 일을 하고자 술펀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광고해 주거나 마케팅해 주는 일은 전혀 나의 마음에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용역이나 대행으로만 돈을 벌 거였으면 애시당초 직장을 그만둘 필요가 없었다. 시장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문화와 인식의 전환이 내가 주류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다. 고집이 있는 장인을 좋아하고 나 역시 고집으로 따지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문화는 이런 사람들이 만나서 서서히 바꾸어 가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고 현실과 타협하다 보면 한없이 타락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와 인간의 욕망, 거기에서 파생되는 이기심이다.


우리가 현재 전통주라고 부르는 술들의 역사는 기껏해야 100년이다. 그 전에는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양주 형태로 이어져 내려왔고 문화재 등록 역시 80~90년대 일괄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실제 상품 등록 이후로 따져보면 30년 이하로 더욱 줄어들 것이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기준으로 삼고 있는 100년이란 시간 역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16년 역시 언젠가는 '전통'이 될 것이다.


100년 후 어떤 전통을 남길 것인가?



나는 술펀이 하는 일과 우리가 선택하는 술의 기준이 100년 후 전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깔고 접근한다. 주막특공대를 기획하며 우리는 취재비를 전혀 스폰 받지 않았고 셋이서 각자 경비를 부담하고 있다. 걔 중에는 술펀과 함께 이벤트를 하고 있는 양조장들도 있지만 뭔가 우리가 의뢰를 받아 홍보 대행이나 광고 대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애시당초 술펀의 내부 가이드라인 0순위 원칙이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기 때문에 반대로 "이 좋은 걸 나만 마실 순 없어! 우리 한번 알려 봐요"에 가깝다. 이러한 방침으로 인해 실패한 적도 있고 돈 떼 먹힌 적도 많았지만 최소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았고 이것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버텨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주막특공대는 술펀을 하면서도 3년 간 쉽사리 공개하지 않았던 나의 비밀 보따리를 풀어놓는 격이기도 하다. 독자 스스로 판단하겠지만 내가 술을 빚기 시작하여 우리술을 알아왔던 2012년 이래, 개인의 취향을 적용하더라도 이탈리안 미식가 친구들에게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을 술들이거나 역사적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지역적 특색과 함께 즐겨볼 만한 양조장을 중심으로 엄선해서 둘러보게 될 것이다. 월 1회 연말까지 기획이니 대략 전국적으로 8~9군데 지역을 테마로 양조장은 그 보다 두세 배쯤, 제품은 서너 배쯤 더 많이 소개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역 간 왕래나 여행이 빈번하지 않았던 조선 농경 시대에는 대부분의 주막들이 그 지역에서 나는 원료로 술과 음식을 만들어 팔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각 지역 교통의 요지, 갈림길, 나루터 등에 위치했던 주막은 보부상이나 여행객들이 드나들며 다소간의 교류와 왕래가 빈번하지 않았을까?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란 노래도 있듯이 행정 구역상 경계에 있는 지역들은 지금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꽤 풍성한 편이다. 반대로 이처럼 자연스레 주막이 자리하게 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행정 상, 절차상 여러 문제로 원래 있던 지역과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 술이나 양조장, 문화재 역시 존재할 터이다. 또한 어느 지역을 가면 양조장들이 집약적으로 분포되어 있기도 한데 역시 문화적, 환경적, 우리네 삶의 모습과 필시 연관이 있으리라.


김 기자가 이데일리 온라인 기사로 주말판 연재를 하는 동안

김 피디는 뭔가 영상을 남기고 있을 테고

나는 스케치하듯 현장감이 살아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제대로 된 글은 아마 섭외된 전문가를 통해 여러 번의 편집을 거칠 것 같다. 그리고 중간중간 개인적으로 방문하게 될 양조장이나 주막 터들도 꽤 있기 때문에 올해는 그 기록들도 짤막하게나마 남겨볼까 한다. 사실 이전 출장에서도 찍어놓은 사진들만 수천 장인데 정리할 시간이 없다 보니 그냥 이렇게 시간만 흘려보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3년 간의 기록들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해 보고자 한다. 여전히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그전까지 깊이 고민했던 여러 기준에 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탓도 있겠다. 아무리 남들이 뭐라 해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논리와 근거를 찾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꺾지 않는 여러 고집들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과 상태, 지금까지 연구된 자료들에 관해 숙지해야만 할 테고 비판으로만 끝내서도 아니 되며 대안과 전망을 나름대로 제시할 수 있어야지 않겠는가? 전통에 관한, 그리고 전통주와 술, 문화재와 명인, 농림부와 문화재청, 식약처, 국세청, 지자체 등 여러 가지 법령과 제도, 정책에 관해 앞으로 이 시장에서 술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시행착오와 함께 정립해 왔다. 남들이 제시해 놓은 기준이 아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불합리성과 비효율적인 관료제로 점철된 행정을 넘어 더 나은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향, 우리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민과 국민이 중심이 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올해 말, 이 시리즈가 끝날 즈음엔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함께해서 햄볶는 시간들이 되어 있지 않을까?


두 달 남짓 한 기획기간에도 불구하고 막상 떠나는 날 아침까지 워낙 무계획에 즉흥적으로 떠나게 되었지만(회의를 여러 번 했는데 제일 많이 나온 말, "일단 가 보자~"), 아마 현장에서 발견하게 될 재미난 콘텐츠들로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 같은 걸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아니 적중률 99%의 육감이 있다. 


아무튼 난, 제 아무리 억만금을 줘도 재미없는 건 죽어도 못 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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