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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함존중 Mar 31. 2017

술로 빚은 옥구슬에 취하다 (1)

경기 대부도 특산주 옥로주


안산은 사실 세월호 때문에 익숙해진 이름이다. 그전까지 안산에 대해서는 1호선 타면 갈 수 있는 곳, 서울 근교 정도였다. 이번에 주막특공대(?) 기획을 하며 첫 취재지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면서 안산이 이렇게 많은 섬과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인지 처음 알았다. 워낙에 집이 제일 좋아 ♪~ 대표 방콕족인 우리 커플은 사람도 차도 넘쳐나는 주말에 외출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우리 커플이 가장 즐겨가는 교외는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워낙 중국음식 마니아인 데다 그래도 오랜만의 외출인데 바다라도 가 보자는 아무 생각 없는 마인드? 즐겨 간다곤 하지만 일 년에 2번 정도? 


안산이 이토록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인지 이번 탐방에서 처음 알았다. 옥로주 양조장은 이번이 두 번짼데 2년 전 첫 방문 당시엔 평일에 천안 출장 가며 들렀던 정도라 이곳이 섬이라는 것조차 망각할 정도로 목적지만 딱 찍고 다시 고속도로를 탔던 것. 영상 찍는 김피디 짐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동은 김피디 차로 하게 되었는데 남이 운전해 주는 출장길이란 넘나 행복한 것 ♥ 자주 출장 다니는 사람들, 내 맘 넘나 잘 알 듯 ♥


안산에는 경기 무형문화재 옥로주가 있다.

옥 옥 옥 하니 뭐 떠오르는 것 좀 없으신가요?


저처럼 불건전한 사상(?)을 가진 분들은 옥보단 생각하지 않았을까? (ㅋㅋㅋ) 나 중학생 때였나? 아빠가 빌려 놓았던 중국 무협 시리즈 비디오테이프들 사이에서 발견하곤 몰래 훔쳐보던 바로 그 19금 청불 비디오. 뇌리에 변금련과 더불어 동양 고전 에로의 선입견으로 박혀 있다. 생각보다 야하지 않아서 시시했던 기억만 난다.


토요일은 안산 일대를 둘러보고 먹방 겸 탐방을 나선 다음 일요일에 양조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아쉽게도 일이 있어 양조장 문을 닫고 출장을 가신 탓에 먼저 부탁하여 이름 모를 식당에 맡겨 놓은 옥로주 다섯 병을 챙겨 장어 매운탕에 한잔 곁들이러 갔다. 


장어는 구워만 먹을 줄 알았지, 물에 빠뜨려 놓은 건 안산에서 처음 만났다. 2015년 가을 즈음이니 벌써 햇수로 3년 전인데 그 이후 다른 곳에서도 장어로 끓인 매운탕은 본 적이 없다. 그땐 워낙 바쁘게 이동하던 중이라 자세히 살펴볼 겨를도 없이 옥로주 양조장 바로 옆이었던 것만 기억한 채 이번에 김피디X김기자(이하 김앤김)를 꼬드겨 다시 들렀다. 갓 짜낸(?) 70%짜리 옥로주와 장어 매운탕의 얼큰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맛은 누가 뭐래도 기억이다. 절대 맛이란 없다. 도루묵 네이밍 일화처럼 맛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최근 논문에서도 짠맛을 더 느끼는 건 미각 세포와 유전자 때문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무튼 부푼, 부푼 가슴을 안고 옥로주를 두 팔에 껴안은 채, 내 기억 속 장어 매운탕집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꽤 지나 있어 식당 안은 매우 한산했다. 어느 정도냐면 손님이 우리 테이블 뿐 -_- 


2년에 먹었던 장어 매운탕을 잊지 못해 이 곳을 고집했는데 주인이 바뀌었다. 덩치가 꽤나 좋았던 어디 군인 출신 사장님이었던가? 양해를 구하고 옥로주 한 병을 따, 맛 보여 드리고 테이블에 잠깐 앉아 한잔 걸친 기억도 있다. 주인은 바뀌었으나 메뉴는 그대로였고 마침 점심때를 한참 놓친 후라 손님이 우리뿐이라 먹방도 찍어볼 겸 자리를 잡았다. 매운탕 작은 사이즈를 시키곤 혹시 촬영 좀 해도 되겠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김피디가 가져온 조명을 두 개나 풀었다. 이 정도 촬영해 협조(?) 해 주셨으면 좋은 말만 늘어놓는 게 도리이나 내 이것만은 알겠다. 이것은 MSG가 상당히 첨가된 탕이라는 것을. 차라리 밑반찬이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고 맛이 변한 식당에 가면 이리도 슬픈 것이다. 대부도가 바닷가라 바다 장어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민물 장어, 심지어 수입산이란다. 


미원탕이라며 연신 미안함 50% 섞인 투덜거림을 늘어놓는 나에게 착한 김앤김 두 분은 시장이 반찬인 데다 다년간의 자취 생활로 MSG에 최적화되어 있다며 맛있게 먹는다. 일반 우럭이나 광어 매운탕과 다르게 장어의 기름 때문인지 국물이 다소 끈적하며 점도가 있는 편이다. 바디감이 매우 헤비하고 풍성하다고나 할까?


옥로주 역시 40%의 높은 증류주에 6개월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치다 보니 3번의 여과를 거친 맑은 투명도에도 불구하고 매우 풍성한 향과 바디를 자랑한다. 


증류 중인 옥로주, 눈으로 라도 감상하시라. 마치 또로롱 또로롱 이슬을 받듯이


장어탕에 마신 옥로주가 못내 아쉬워 제철 맞은 서해안 주꾸미를 득템 했다. 사실 안산 뻘에서 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그 지역 바닷가 근처에서 해산물을 직구해도 수입산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무보정 사진들


양념: 고춧가루 5큰술, 고추장 1큰술, 간장 1~2큰술(진간장 1 혹은 진간장1+국간장1), 마늘 1큰술, 조청 2, 매실청 2큰술, 술 아무거나(소주, 맛술, 약주, 화이트와인 중 택 1) 2큰술
조리법: 들기름이나 참기름(집에 있는 기름 쓰면 됨, 전 해물엔 들기름 육류엔 참기름 주로 씁니다. 이번엔 예전에 농사펀드에서 구매한 생들기름 썼음)에 당근->양배추, 양파 순으로 투척해서 볶다가 양념이랑 쭈꾸미 투척 -> 콩나물 투척


여기서 잠깐!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니 만큼 식당 가서 시킨 볶음 요리들과 달리 주재료의 양을 대거 많이 투척하다 보니 쭈꾸미 땀시롱 물이 흥건합니다. 야채는 무조건 센 불에서 볶으시고(참기름이나 들기름이 끓는점이 낮기 때문에 가스렌지 화력이 셀 경우 식용유를 좀 섞어 주면 좋음) 충분히 기름을 둘러주세요. 콩나물 타이밍을 놓치면 물이 엄청 생겨버리긴 하는데 국물 자작해도 나름 맛있습니다. 국물 쭈꾸미?

볶음 요리할 때 고춧가루, 간장, 설탕(조청, 물엿)은 대략 3:1:1 비율이면 대략 맞고 고춧가루 맛에 따라 설탕을 2로 해 주셔도 됩니다. 올리고당 같은 건 단맛이 적어서 좀 많이 들이부여야 하는데 저는 얼마 전 임실에서 사 온 쌀 100% 조청이 있어서 설탕 들어가는 요리엔 대부분 이걸 씁니다. 저희 집은 독일 사람 버금가는 실용주의자라 요리에 장식 따위 없습니다. 빠르고 간편하게, 안전한 재료로 건강하게 먹는  저희 집 모토이니 이쁜 그릇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옥로주는 원샷 절대 하지 마시라! 

각 가정에 하나씩은 있을 법한 유리 소주잔 기준으로 3번 정도 나누어 마셔야 그 맛과 향, 음식과의 조화를 적절히 음미할 수 있다. 말인즉슨, 소주잔 1/3의 양만으로 충분히 식도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증류주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곡주로 빚은 증류주는 대부분 호불호가 매우 확실하게 나뉘는 특유의 향, 좀 짙어지면 탄내에 가까운 강한 향을 가지고 있다. '아무 맛도 없는 맛'을 내는 게 진짜 내공이라는 것을, 무미 안에 맛이 진짜 순수 알코올의 술맛이라는 걸 애주가라면 동의할 것이다. 


"이건 곡주라서 향이 셈."


아마추어 발상이고요...

진짜 술을 잘 빚어서 증류하면 조화로움 속에 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맛이 올올 묻어난다. 옥로주의 경우 율무가 재료로 들어가는데 후미와 후취에 율무 특유의 구수함이 잡히면서 후두를 타고 넘어가는 화기를 잡아준다. 삼킬 때 화기가 뒤통수를 치는 증류주들이 있는데 단언컨대, 못 빚은 술이다. 예언컨대, 숙취도 심할 것.


나가야 하는데 옥로주 글이 생각보다 길어진다.

제가 지금 출장 중이라 다음 편에 계속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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