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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rfish Apr 04. 2022

바이바이 인스타그램

SNS를 그만뒀다.

기록용이라는 핑계에 의문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기는 일기대로 메모장에 쓰면되고 사진은 사진첩에 고스란히 있는데 도대체 무슨 기록용이란 말인가?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계기는 따로 있었다. 피드를 올리면 올릴 수록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은 나를 봐주지 않고, 내가 멀리하고 싶은 사람들만 댓글을 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전자의 수는 점점 줄고 후자의 수는 점점 늘어갔다. SNS 에는 내가 피하고 싶은 사람들만 늘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득은 줄고 손해만 느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이유는 뭘까?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던 게 바로 기록용이니까, 라는 이유였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기록용으로 참 편리하긴 하다. 마커블한 사진 몇장만 추려볼 수 있고 간단한 메모도 가능하고 눈에 익어 보기에도 편하니까. 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 그게 다라면 왜 그렇게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렸어야 할까?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 관심받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소통하기 위해서. 그리고 부수적으로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무슨 셀럽도 아니고 어차피 나의 SNS세상은 현실의 인간관계를 공중에 띄워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현실의 인간관계가 서로 만나지 않을 때도 촘촘한 그물망에 엮여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스스로 열심히 SNS를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얻게 된 것은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것은 은근히 자랑할 수 있게 된 것. 나르시시즘을 채운 것. 그리고 잃은 것은 나의 동선을 다 노출하게 된 것. 혼자 조용히 있을 자유, 누군가와 몰래 만날 자유, 신비로움을 잃었다.

  권력은 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나는 나르시시즘을 채우는 대가로 소중한 주도권을 잃게 되었다. 초반엔 막연하게나마 의식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너무 익숙해져서 그 부작용을 잊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을 갓 시작했을 때는 SNS가 주는 빠른 피드백이 너무 재미있었지만 이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느껴지니 그만둘 때가 되긴 되었나보다. 세상 모든 건 점점 무너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데(엔트로피의 법칙) 나도 그냥 때가 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SNS를 하지 않았을 때의 감각을 한번 되살려 볼 생각이다. 뭘 찍어서 올리려는 생각을 할 때는 자연히 이걸 보게 될 누군가의 시선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그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해 보려 한다. 꼭 SNS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나도 모르게 무너진 타인과의 경계를 바로 세우고 좀 더 스스로를 돌보는 데 시간을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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