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두렵구나
두려움 때문이구나
물러서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걸 보니
숨을 곳은 정했니
그 자리가 그런 자리야
오르기도 올라서 유지하기도 어려운 정상
잠깐의 쉼도 용납되지 않는 고된 자리
지금 이 순간도 정상을 위해 오르고 있는 무리들
그 절치부심이 보이지 않았니
재미! 그 하나로 수백 시간을 춤춰왔잖아
춤추다 보니 즐기다 보니 어느덧 정상 그 자리
너 자신이 알고 너를 아는 모두가 아는 네 춤사위
절치부심으로는 절대 흉내 낼 수도 행위할 수 없는 행위예술
그 카타르시스가 떠오르지 않니
두렵구나
두려움 때문이구나
하지만 너는 알고 있잖아
네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문장 하나를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네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원탑 이순신의 그것을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단지 재미를 넘어선 절실함의 춤사위
난관 앞에 주저앉지 않고
사뿐사뿐 시도하는 무수한 가벼운 날갯짓
정상인지도 모르고 올랐던 그때처럼
정상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