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현현이 된 너란 존재
너의 이름은 태양꽃
본래가 그런 줄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태양이라
시종일관 그 얼굴 노랗게 타들어가는 줄
그 누구보다 환하게 그 무엇보다 빛나게
이제서야 실은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
힘껏 얼굴 들어 하늘 향해 목 늘어뜨리고
닮고 싶은 그것에 가까이 다가가려 애쓴
넌 다름 아닌 의지의 소산이었음을
오직 그것만 바라 그것의 얼굴이 되고
우리 눈앞에 결국 그것의 현현이 되었다는 것을
태양을 향해 미세하게 그러나 절실하게
뻗어가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드디어 환하게 빛나는 태양꽃이 된 너를
나는 나의 태양이라 여기려 한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한 축복으로
무엇보다 진하게 교감한 추억으로
-한강의 ‘내 이름은 태양꽃 ’이라는 동화를 읽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