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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Feb 04. 2024

발병 후, 너에게 보내는 세 번째 편지

[이 길고 긴 마라톤은 언제쯤 끝날까?]

안녕?

어느덧 너를 만난 지 반년이나 지났어.

1형 당뇨를 진단받고 믿을 수 없고

눈앞이 깜깜했던 게 벌써 6개월 전 일이네.


지난 6개월 동안 나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급성췌장염, 위 마비...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어떤 사람들이 그러더라...

내가 죄를 많이 지어서 몹쓸 병에 걸린 거라고,

내가 전생에 업보가 많아서 지금 돌려받는 거...

그런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고 하늘이 원망스럽더라.


그동안 위 마비로 몇 개월동안 물도 못 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마셔 본 물 한 모금은 너무나 달고

맛이 있었어!


그동안 인슐린 주사는 어떻게 맞았냐고?

RI(속효성) 인슐린 양제 수액에 섞어줬어.

그래도 혈당은 계속 250이 넘더라...


퇴원하면 다시 하루 4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나는 주삿바늘이 무서워!


수액을 맞을 때 주삿바늘에 많이 찔려서 그런가

이제는 인슐린 바늘만 봐도 너무 무서워!

머리로는 '이까지 것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마음속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어.


모든 게 다시 시작된 기분이야...

이제 다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뭘 먹어야 인슐린 주사를 덜 맞을 수 있을까?

아예 주사를 안 맞을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덜 맞는 방법을 찾고 싶어!


아..!

어디를 찌르면 가장 통증이 없을까..?

배, 팔, 허벅지...

바늘이 피부에 들어간 느낌이 나지 않으면 좋겠어.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싶고...

복학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아직은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학교에 다니면서 혈당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혈당체크를 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을 수 있을까?

수업시간에 저혈당이 오면 어떻게 하지..? 

내가 4년 뒤에는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잘 모르겠어.


이 길고 긴 마라톤은 끝이 있는 걸까..?

앞으로 10년 뒤면 완치가 될 수 있을까..?


난 지금 생각도 고민도 너무 많아!

머리가 너무 복잡해...


피할 수 없으면 부딪혀야 하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어..!


미정쌤이 질병을 받아들이는

부정-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어느 단계쯤 있을까..?


언제쯤 너를 온전히 내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그게 체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보다 세상이 더 어둡고

회색빛으로 보일 것만 같아.

너를 내 친구로 받아들일 그날에는

내 마음이 무지갯빛으로 환하게 밝아졌으면

좋겠어!


다시 힘을 내볼게!

나 좀 괴롭히지 말고

도와줘!


그럼, 이만 글 줄일게.

 안녕!


2009년 어느 날...

너에게!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속효성 인슐린 RI(Regular Insulin)
빠르게 작용하는 인슐린으로 효과는 즉각적이고 강하며 단기간 지속. 보통 주사 후 15분 이내 효과가 나타나며 3시간 정도에 정점에 닿은 후 6시간 정도 지속.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m.100.daum.net/encyclopedia/view/142XXX000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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