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의 초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고, 초록옷을 입은 나무는 곧 다가올 추운 겨울을 맞이하러 갈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때, 너는 어느 날 갑자기 내게로 찾아왔지.
처음 마주한 너와 나는 서로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어.
나는 네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밀어내고 싶었고, 어느 날 내 삶에 소리 없이 들어온 침입자 같은 네가 참 미웠다.
너도 나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니?
그렇게 우리는 서로 의도하지 않은 밀당을 했었지.
나는 가끔 너의 심술이 못마땅해서 인슐린 주사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 나쁜 생각도 많이 했었어.
너도 알지? 내가 너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그래도 막상 너를 친구로 인정하니 우리는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
어느 날 갑자기 물음표 가면을 쓰고 나를 찾아온
그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지난 15년 동안 너는 내게 다양한 친구를 데려와서 나를 아프게 했지.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쩌면 평생 내 인생에서는 만날 수 없을 그런 친구들 말이야.
그래서 나는 네가 참 싫었다.
하지만 나는 네 덕분에 병원에서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좋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을 만났으니 한편으로는 네가 고마워.
너는 나의 꿈도 포기하게 하고, 언제나 씩씩하고 당당했던 나를 잔뜩 움츠리게 했지만,
나는 네 덕분에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이제는 네가 원망스럽지 않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
네가 앗아가 버린 내 꿈은 어쩌면 내 꿈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나는 점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가치 없다고 느껴졌지만 캄캄한 밤에도 별은 빛난다고
너는 그 캄캄한 밤동안 내게 글쓰기라는 숨겨진 나의 재능을 찾게 해 주었어.
네 덕분에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작가라는 어릴 적 내 꿈을 펼치게 되었어.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
지난 15년간의 이야기를 이제 사람들에게 들려주려고 해.
어때, 너도 기대되지 않니?
이제 한 장, 한 장...
너와 함께한 시간을 에세이로 풀어보려고 해.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바라볼까?
나는 이제 너와 함께한 15년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사람들에게 들려줄 우리의 이야기를 쓰러 가볼게!
그럼,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