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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ul 19. 2022

1형 당뇨와의 첫 만남

[너를 처음 만난 2008년 10월 8일]

 처음 만난 그날, 나는 아직도 그날의 모든 일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만약, 그날 와 내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2008년 10월의 어느 날,

갑자기 원인 모를 복통과 구토가 시작되었다.

'낮에 먹은 음식이 체했나...? 우우 웁!'

'안 되겠다. 얼른 병원에 가봐야지!'

"계속 구토하는 것을 보니 급성 장염 같네요."

"주사실에서 포도당 50% 수액 맞고 가세요."


그러나 구토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해 질 무렵쯤, 점점 정신이 혼미해졌다. 

'살면서 이 정도로 심한 구토는 처음인데...'

숨을 쉬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가 났다.

'혹시... 큰 병이면 어쩌지? 아닐 거야...'

'내가 얼마나 건강한 사람인데!'


구토가 멈추지 않아 검은색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택시를 탔다. "웁... 기사님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주세요." 그렇게 난생처음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어... 어어? 내 몸이 왜 이렇지?'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응급실 앞에서 쓰러졌다.


"혈당 수치가 안 나오는데요."

"빨리 혈액 검사해야겠는데..."

다급한 의료진의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선생님, 김 쏘야님 혈압이 점점 떨어져요!"

"70/30... "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발병 날의 상황이다. 아...! 그리고 저 멀리서 발을 동동 구르며 느껴 울고 있던 우리 엄마 모습도...


눈을 떠보니, 어느새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고, 내 머리 위에는 열댓 개의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어...? 여기는 중환자실이잖아?' 

'내가 왜 중환자실에 있는 거지?'

잠시 , 하얀 가운을 입은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중환자실 작은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눈부신 가을 햇살. 빛과 어우러진 성스러운 후광이 그의 정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혹시... 신부님인가?'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가운에 적혀있는 '의사 OOO'

'아! 저분이 의사 선생님이구나!'

곰돌이 같은 풍채를 지닌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

"쏘야야, 이제 깨어났구나?"

"나는 내분비내과 교수 정민야."

"앞으로 너 진료 담당 교수지." 


'내분비내과?

내분비내과  치료를 하는 일까?'

"저기... 교수님!

그런데 제가 왜 중환자실에 있는 거예요?" 

"저 치료 잘 받으면 다 나아서 집에 갈 수 있는 거죠?"

잠시 멈칫거리는 교수님의 표정을 보니 불현듯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음... 조금만 더 늦게 병원에 왔으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죽을 수도 있었어."

"네가 아직 어려서 살아난 거야."

"앞으로 평생 소한 하루에 4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되는데, 그건 병동으로 올라가면 알려줄."

"인슐린이요? 그게 뭐예요?" 

"잠깐만요, 평... 생이?" 

"치료 잘 받으면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요?"


"교수님! , 제 병명뭐예요?"

"1형 당뇨이야." 

"인슐린 주사 치료가 꼭 필요하니까, 

인슐린 의존 당뇨라고도 지."

'내... 내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교수님이 가시고 나서 주치의 선생님이 찾아왔다.

"하... 김쏘야! 인슐린 주사 그게 뭐가 무섭다고

안 맞겠다고 ?"

"그냥, 이렇게 뱃살을 집어서 바늘로 푹 찌르면 되잖아. 에휴... 제발! 너라도 나 좀 편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니."

'아니, 선생님! 이건 제 살이라고요!'

'푹 찌르면 많이 아거든요...!'

차갑고 냉정한 주치의 선생님의 한마디에 눈물 수도꼭지가 콸콸콸 열렸다. 


그렇게 1형 당뇨병을 맞이하자마자 내 안의 오해와 편견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내가 당뇨병이라니... 믿을 수 없어!'

그 무렵 나에게 당뇨라는 은 성인병이 원인으로

비만하거나 유전력이 있어야 생기는 병인 줄 알았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거나 과식을 한 적이 없었다.

'만약... 청소년기에 남들만큼 먹은 게 이 병의 원인일 수도 있을까...?'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어디 있어!' '걷기를 좋아해서 매일 한 시간씩 바람 쐬며 걸었는데... 그런 내가 당뇨병에 걸렸다고?'

동안의 모든 시간이 헛되고 부질없음을 느꼈다.


병동에 올라오자마자 같은 병실에서 합병증이 진행된 사람들을 보았다. 당뇨 관련 방송에서 보던 신장투석, 당뇨병성 망막 병증으로 인한 실명, 족부궤양, 발 절단 등 당뇨 합병증... TV에 나오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재빨리 채널을 변경했다.


"너는 안 그럴 것 같지? 너도 곧 이렇게 될 거야!"

"어차피, 합병증 다 오는데 막살아도 돼!"

'진짜 나도 나중에 합병증이 오는 걸까...?'

그날부터 합병증 흑같이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뒤쫓아 오는 정체 모르는 누군가처럼 내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앞으로 나에게 행복한 미래가 있을까...?'

만 19세, 꽃길만을 기대하며 맞이했던 나의 대학 생활과 꿈꿔왔던 미래 행복한 시간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김 쏘야님 당뇨 교육실에 가서 인슐린 주사 교육받고 오세요!"

"제 손으로 주사를 놓아야 한다고요?" 

"저 이거 안 배울래요!"

 눈앞에 펼쳐진 이 기막힌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저, 이런 것 필요 없어요!"

'흑흑... 내가 왜...'

당뇨 교육실을 울면서 뛰쳐나왔다.

결국 다시 잡혀와서 당뇨 교육 행...

"김 쏘야님!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열정적인 당뇨 교육 간호사 선생님과 달리

나는 아무런 의욕도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시간이 며칠 전으로만 되돌아갔으면 참 좋겠다!'


'영양 교육시간? 기술가정 시간에 배우는 그런 시간인가?'

'영양사 선생님, 전 채식주의자가 아니라고요!'

'저혈당 아니면 포카리도 주스도 마시지 말라고?'

"아, 그리고... 김 쏘야님! 가급적 외식은 하지 마세요!"


'무슨 영양교육이 다 먹지 말라는 이야기뿐이?'

영양교육이 끝나고 소심한 나의 복수!

영양 교육실 문을 쾅 닫고 나와버렸다.


먹지 마, 먹지 마, 먹지 마! 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면서 사춘기의 채 마르지 않은 질풍노도의 감정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진짜 신이 있다면, 나한테 이래도 되는 거예요?'

'당신이 보고 있다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아실 거 아니에요!'


밤이면 현실을 믿을 수 없어서 병원 창가에 올라가 창밖을 내다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병동에 불이 꺼지면 비상구 계단에 가서 쪼그려 앉아 밤새 죽이며 울었다.

'흑흑...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나냐고!'

나는 점점 깊은 절망 속에 빠지기 시작했고

인슐린 치료도 거부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너 이렇게 아무것도 안 먹으면 집에 못 가!"

"김쏘야! 너 집에 안 가고 싶지?"

"쏘야야! 베지밀 A 가 맛이 없?"

"언니가 베지밀 B 사다 줄까?"

간호사 선생님의 수많은 협박과 회유에도

나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낮에는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았고, 밤이면 병원 주위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간호사 선생님이 슬피 울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팔로 포근히 안아주었다.

'앗! 이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은 ?'

환자복 소매로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어서 봤더니 '담당 간호사 차미정 선생님.' 


미정 선생님을 보니 그동안 참아왔던 서러움이 더욱 복받쳐 올랐다.

"쏘야야,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도 돼!"

선생님의 품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쏘야야 많이 힘들지?"

"언니가 네 마음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네 걱정을 아주 많이 하고 있어. "

"언니는 네가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짜식... 아무 일 없을 거야!"

"인슐린 주사 잘 맞면... "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제발 밥도 좀 먹고 언니들 말 좀 잘 들어!"

"언니가 너 때문에 많이 속상하다!"


그 순간, 열릴 것 같지 않던 내 마음의 문이 꽁꽁 걸어둔 빗장을 풀고 열리기 시작했다.

미정 선생님의 품 안에서 따한 온기를 느꼈다.

'병원은 차갑고 삭막한 곳만은 아니구나!'

'그래, 진짜 나 잘 살 수 있겠지?'좋은 생각만 하자...  


너를 처음 만난 그날!

열아홉 살, 짧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절망감을 맛보았다. 저 광활한 우주 속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었고, 혹시나 그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늘을 향해 죄송하다고, 살려달라고 울며불며 애원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타임머신이 있어서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 에세이에 나온 등장인물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  나온 의학용어


내분비내과(Endocrinology)

내분비내과는 내분비 기관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각종 호르몬 이상을 다루는 진료과이다. 주요 진료 분야는 당뇨병, 갑상선 질환, 뇌하수체 질환, 부신 질환, 부갑상선 및 골대사 질환, 성선 기능 이상, 지질대사 이상, 비만 및 각종 대사계 이상 질환 등이다.


당뇨병성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고혈당, 대사 산증, 케톤체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다음, 다뇨, 쇠약감 등의 증상과 함께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대사산증이 심해지면서 의식 저하로 진행한다. 혈압과 빠른 맥박이 동반되며, 호흡 시 과일 향이 나거나 아세톤 향이 난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의 발생으로 1형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1형 당뇨(Type 1 Diabetes Mellitus)

췌장의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and)의

베타(β ) 세포가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파괴되어 슐린 분비가 급격하게 불가역적으로 감소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 주사로 공급해주어야 한다.


인슐린 의존 당뇨(IDDM)

(insulin dependent diabetes mellitus)

치료상 인슐린이 필수적인 당뇨병. 예전에는 1형 당뇨병을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라고 불렀으나

2형 당뇨병에서도 인슐린 치료가 필수적인 경우가 있어서 요즘에는 병 기전에 따라 1형 당뇨병, 2형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전체 당뇨병의

90%~95%는 흔히 알려진 2형 당뇨병. 

당뇨병의 5% 미만은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병. 1형 당뇨병은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처럼 발생하는 질병으로 비만, 생활습관, 식습관, 선천성 등의 요인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소아 당뇨병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1형 당뇨병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임신성 당뇨병은 제외한 통계)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보공개 청구로 받 1형 당뇨병 국내 유병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1형 당뇨병 환우의 수는 45,221 명으로

10세 미만~90세 이상까지 1형 당뇨병의 발병 나이대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췌장 전절제로 인한 1형 당뇨병 및  2형 당뇨병에서 1형 당뇨병으로 변경된 모든 사례를 포함)

(본 통계 자료는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에 자료 사용 허가를 받고 첨부했습니다.)


※ 아직, 국가적으로 1형 당뇨병의 유병자수 통계를 낸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실제 1형 당뇨병 유병자의 수치는 본 통계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의 통계는 주상병이 E10.**  1형 당뇨병 경우만 집계되었습니다.)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78XXXXX00004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H003680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Korean Society of

Type 1 Diabetes)-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보공개 청구 통계자료 '2020 1형 당뇨병 국내

유병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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