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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ul 26. 2022

1형 당뇨에 대한 오해와 편견

[알고 있는 그 당뇨병이 아니에요!]

너를 만나고 나서야 나는 세상에 1형 당뇨병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

1형 당뇨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당뇨병과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병인 사실을 알게 되지만, 에 대한 세상의 오해와 편견이

나를 더욱 작아지고 움츠러들게 했다.


1형 당뇨병 발병 후,

중환자실에서 4 그리고 일반 병동으로

올라온 지 고작 며칠째, 

나는 아직 이 병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김 쏘야님! 혈당 458이요."


"혹시 밥 말고 뭐 드신  있어요?"

"병원밥 말고 다른 것 드시면 안 돼요!"

온 병동을 울리는 쩌렁쩌렁한 신규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 

'아, 창피해...!'

'간호사 선생님은 왜 이렇게 큰 소리로 혈당을   

얘기하는 걸까...!'


"세상에... 458이라고?"

"쯧쯧, 어린애가 당뇨라니... "

"누가 458이야? 어머... 쟤야?"

'458' 내 혈당 수치가 병실에 울려 퍼지자

TV 앞에서 최고의 인기 드라마를 시청하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내 혈당이 막장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운가...?'

병실 안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이불속으로 숨었다.


"얘...! 내가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당뇨에는 돼지감자가 좋."

"여주즙도 한번 먹어봐. 혈당이 뚝 떨어져!"

"내가 잘 아는 한의원이 있는데..." 

"거기가 당뇨를 그렇게 잘 고쳐."

"거기서 한약 지어먹으면 싹 낫는다니까!"

'진짜... 약 먹으면 완치될 수 있을까?'


"교수님!"

", 병원밥도  숟가락밖에 안 먹고

따로 간식 먹은 것도 없는데."

"혈당 458까지 올라가요?" 

"인슐린 주사 맞으면 혈당 내려가는 것 아니에요?"


"쏘야야!"

"지난 3개월 동안의 혈당 평균치를 볼 수 있는

당화 혈색소라는 것이 있는데, 

그게 13%가 넘으니까 지금은 인슐린 주사를 맞아도 혈당이 잘 려가지 않을 수 있어."


"당화혈색소가 13%면 평균 혈당이 326 정도야."

"너는 13%가 좀 더 넘으니까 평균 혈당이 더 높지."

"그동안 오랜 간을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냈으니 혈당이 안정되는데도 시간이 필요해."


"혈당이 잘 안 내려간다고 인슐린 주사 용량을

 많이 늘리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니까 위험해

 그건 안돼!"

'당화... 혈색소?'

'병원에서 쓰는 말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회진 때마다 궁금한 점을 미리 적어서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발병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인슐린 주사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혈당 때문인지 낮에도 피곤계속 몰려와서 잠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 몸이 왜 이렇게 피곤하지?'

'너무 피곤해서 일어날 수가 없네!'


병실에는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간병인이 있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은 병원에 거의 올 수 없었고, 나이 차나는 동생은 아직 밤에 있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나 혼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오늘따라 엄마가 더 보고 싶네!'

'엄마...'

'나 여기 너무 무서워...!'


"김... 쏘야, F19세... 열아홉 살이구먼!"

자려고 누웠는데, 누군가 다가와 내 침상 밑에 있는 이름과 나이를 읽고 있었다.

'누가 내 이름을 보고 있는 거지?'

누구인지 궁금해서 흘끗 쳐다보니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그 간병인 아주머니다.


"쯧쯧..."

"쟤는 부모가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얼마나 게으르면 고 운동도 안 해서

 열아홉 살에 당뇨가 뭐니 당뇨가!"

"하이고... 낮에 디비 자?"

"저러니 어린애가 당뇨가 오지." 

"쟤네 부모는 애한테 관심도 없는가 보네."

"애가 저 지경이면 찾아와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이 순화해서 쓴 글이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로  부모님을 욕했다.


'아니에요. 그 당뇨병이 아니라고요!'

'교수님이 1형 당뇨병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너무 화가 나서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심지어 영혼까지도 지쳐버려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화가 많이 났지만 그냥 꾹꾹 눌러 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에 들었다.

'한숨 자고 나면 다 잊히겠지?'


달이 뜨고 어느새 밤이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낮에 들었던 말들이 생각나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자기 전 혈당검사를 하고 답답한 마음에 병원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음속 깊이 눌러왔던 화난 감정과 억눌러왔던 식욕이 합쳐지니 폭식이 되었다.

"파인트로 엄마는 외계인 두 개랑요. 슈팅스타 하나요!"

'초콜릿 케이크랑 슈크림 빵, 단팥빵, 

초코 소라빵, 소보루빵, 땅콩 크림빵,

녹차도 한 병 사고...


뭘 사지...?'

"사장님...! 저기 꿀떡, 무지개 떡, 절편

한 팩씩 주세요!"

"더블 치즈버거 세트랑..."

"음료는... 제로 콜라 라지로 주세요!"


달빛도 쓸쓸히 내비치는 밤,

병원 뒤뜰에 있는 의에 앉아 슬피 울며

사 온 음식들을 우걱우걱 먹었다.


"뭐... 내가 먹고 운동도 안 해서 당뇨병이 왔다고?"

"내가 게으르다고?"

'내가 뭘 렇게 잘 못 살아서 이런 병이 왔을까?' '왜 하필 나야? 나냐고!'

"아니, 1 당뇨병은 전혀 다른 병이라면서

 병명이 당뇨병이야?"

"사람들이 오해하기 쉽잖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사 온 음식을 모두 먹어버렸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해치운 음식들은 인슐린 주사 없이 내 몸 감당할 수 없었고,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더니 이내 혼미해졌다.

때마침 병동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왔다.


"쏘야야, 어디니?" 

"왜 안 들어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김 쏘야님! 빨리 병동으로 올라오세요!"

"네, 금방 갈게요..."

간신히 1층 로비로 들어가는 문 앞에 도착했을 무렵 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졌다.


"얘! 쏘야야 정신 좀 차려봐!"

"쏘야야, 쏘야야! 눈 좀 떠봐!"

"쏘야야, 언니 목소리 들리니?"


눈을 떠보니 간호사 스테이션 안쪽에 있는 처치실이었고 나이트 근무 간호사 선생님들과 주치의 선생님이 급하게 달려와 내 몸을 꼬집어 보며 의식 반응을 살폈다. 인슐린 주사와 수액을 투여하니 다행히 정신이 들었다.


"쏘야야!"

"너 잘못되는 줄 알고,

언니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어이구... 김 쏘야님!"

"뇨병성 케톤산증에서 회복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사고를 치셨어요!"

"쏘야야!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내 마음을 알아주는 미정 선생님께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다.


"선생님!

오늘 있었던 일 민철 교수님 말씀드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괜찮아, 쏘야야!"

"언니도 네 얘기 들으니까 화가 나는데?"

"그래도 폭식은 절대 안 돼!"


"쏘야야!"

"네가 1층에서 쓰러졌다고 병동에 연락 와서

지혜 선생님  업고 왔어."

"너, 그거 잊으면 안 된다!"

"지혜 선생님이요?"

'아담한 체구의 지혜 선생님이 날 업고 왔다고?'

'아... 지혜쌤 죄송해요.'


'간호사 선생님들이 교수님께 오늘 일을    

 말씀드리지는 않겠지?'

'에이... 설마!'



* 본문에 나오는 의학용어


혈당(Blood Sugar , Blood Glucose)

혈액 속에 함유된 포도당의 농도를 의미한다.


당화혈색소(HbA1c)

지난 2~3개월 동안의 혈당의 평균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당화 된 A1c형 혈색소의 농도를 측정하여 시행하는 검사이다.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당화혈색소가 생성된다. 이 검사는 당뇨를 진단받은 사람에게 일정 시간 동안 혈당이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도움을 준다.


정상범위 4.0~5.6% 이하

당뇨 전 단계 5.7~6.4%

당뇨병 진단 기준 6.5% 이상

(당화혈색소 정상범위는 검사기관, 검사방법 등에 따라 차이 있을 수 있음)


당화혈색소-예측 평균 혈당 변환

(미국 당뇨병학회)

https://professional.diabetes.org/diapro/glucose_calc


*1형 당뇨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본 자료는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에 자료 사용 허가를 받고 첨부했습니다.)


*료출처 고자료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management/managementDetail.do?managementId=105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Korean Society of Type 1 Diabetes)- 1형 당뇨 인식 개선 캠페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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