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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ug 02. 2022

내 인생, 폭식은 처음이야!

[작전명: 교수님 회진시간 피하기]

자정이 되니 탄수화물 위주로 폭식했던 혈당이 혈당HI 인사를 했고, 당을 빨리 내리기 위해 리식염수 수액과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김 쏘야님!"

"혈당이 속 높아서 슐린 주사 4 단위 더

맞으셔야 해요."

"선생님!"

"인슐린 주사 하루 네 번만 맞는 거 아니었어요?"

"혈당이 높으면 하루 네 번 이상 맞을 수도 있어요."

갑자기 중환자실에서 들었던 교수님 말씀이 생각났다.

"앞으로 하루에 최소한 네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해."

'아... 최소한 네 번이 런 의미였구나.'


'몸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어제 폭식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수액을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가?'

 어제와 진 내 몸의 변화가 궁금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겠지?'

조용히 간호사 스테이션 에 있는 체중계에 올라섰다.


'아니...!'

'제보다 4kg이나 늘었다고?'

'! 말도 안 돼!'

젯밤결제한 영수증 목록을 보 

무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이 많은 음식을 혼자 다 먹었다고?'


'아니야... 아니야!'

'이게 진짜 일리없어!'

폭식한 음식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4kg만 늘어난 것이 감사한 일이었다.


회진시간에 교수님 얼굴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

'오늘 아침 회진 때 교수님을 어떻게 봬야 할까...?'

'교수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하지...?'

'어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릴까?'


'아니야!'

'단 오늘은 열심히 동해서 1kg이라도 빼고...' '교수님은 내일 야겠!'

'오늘 목표는 교수님 회진시간 피하기야!'


나는 원래 화가 나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면 

집 근처 동장이나 공원 가서  뛰면서 스트레스를 풀. 

'어제 내가 왜 그랬을까...'

'아니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렇게 인생 첫 폭식은 나에게 4kg과 후회를

안겨주고 떠났다.


'아... 어쩌지?'

'간호사 스테이션 앞으로 지나가면 쌤들한테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 뒤쪽에도 계단이 있었지!'

'비상계단으로 몰래 나가야겠다.'

'휴우...'

'드디어 1층이!'

10층에서 1층까지 누구라도 마주칠세라

후드 점퍼를 뒤집어쓰고 다닥 계단을 내려왔다.


'와...!'

'새벽에 운동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나도 얼른 뛰어야겠다.'

'환자복 입고 있어서 누가 보면 나이롱환자   같겠네!' 

'4kg아!'

' 내 몸에서 나가주겠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때까지 공원을 뛰고 또 뛰었다.

'어우... 힘들어!'

'더 뛰면 목에서 피맛이 날 것 같아!'


스트레스받으면 뛰기 외에도 내가 하는

행동이 있었다. 철봉에 꾸로 매달려서

세상 바라기! 봉에 거꾸로 매달려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화났던 마음도 풀리고

좋지 않은 생각도 하곤 했다.


'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니까 마음이 편해지네!'

'저기 서류가방 멘 아저씨는 어디로 가는 걸까?'

'저 학생은 이 꼭두새벽에 학교를 가는 거야?'

'아니...!'

'누가 이 새벽에 새우깡을 먹고 있잖아?'

'아... 맛있겠다!'


'이제 인슐린 주사 없이 우깡 먹으면 혈당 400, 500은 기본으로 올라가겠지?'

'안돼, 안돼!'

'정신 차려, 정신 차리자. 김쏘야!'

거꾸로 마주하는 세상은 현실을 잠시 잊을 정도로 꽤 흥미로웠다.


'이제 해도 떴으니 시간이 많이 지났겠지?'

'벌써, 8시 30분이네!'

'지금은 한창 회진 시간이니까 한 시간만 더 있다가 들어가야겠다!'

'아... 추워!'

'그냥 들어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릴까?'


'아니야!'

'오늘은 절대 교수님 마주치면 안 돼!'

'시간아! 빨리 좀 흘러가렴.'

'이제 9시 30분이니까 교수님 회진이 끝났겠지?'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땀을 식히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병동으로 올라갔다.


'혹시라도 교수님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병동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자!'

'헉헉...'

숨을 헉헉대며 드디어 10층에 도착했다.


'아니...!'

'교수님이 지금 이 시간에 병동에 오신 거지?'

'간호사 선생님이랑 꽤 오랫동안 이야기하시네?'

'설마, 내 얘기는 아니겠지...?'

미정 선생님이 어제 있었던 일 비밀로 해준다고

아니었어?'


'어...?' 

'교수님이 내 병실로 들어가시?'

'저 병실에 교수님 환자는 나밖에 없는데...!'

오늘은 도저히 교수님을 대면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없는 병실에 들어가는 교수님이 궁금해틈에 숨 수님을 몰래 지켜봤다.


'아니...'

'교수님이 내 병실에 들어가시는 걸까?'



* 본문에 나오는 의학용어


HI/High: 혈당 측정 불가 (혈당계가 체크할 수 없는 500 이상 높은 범위의 혈당) 혈당계 화면에 HI 혹은 High라고 표시된다.


일반인 정상혈당 범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 기준)

공복:70~100mg/dL 미만

식후 2시간: 90~140mg/dL 미만

당화혈색소: 5.7% 미만


1형 당뇨병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and)의 베타(β ) 세포가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가 급격하게 감소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 주사로 공급해주어야 한다.

만약, 1형 당뇨인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혈당이 500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1형 당뇨인의 혈당은 변동폭이 매우 커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www.diabetes.or.kr/general/info/treat/treat_01.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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