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온전한 두 발로 느끼는 맨발 걷기, 이른바 얼싱(Earthing)이 유행이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걷기가 한참인 데다, 맨발로 걸으며 지압 효과에 황토, 거기다 명상에 자연까지 좋아 보이는 것은 모두 다 얼싱(Earthing)에 더해졌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자 전국 지자체가 맨 발길 조성에 나섰다.
<영화 일라이>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일라이>가 있다. 폐허가 된 지구에서 한 남성이 홀로 대륙을 횡단한다. 그는 죽은 시체를 보고 놀라지만, 이내 죽은 시체의 신발을 보고는 벗겨서 신고는 아주 만족하며 혼자 웃는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홀로 무인도에 남겨져 생존해 가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인 톰행크스는 맨발로 지내다 다리에 수많은 상처를 입고 천으로 간이 신발을 만든다. 발은 우리 몸이 땅에 닿은 유일한 곳으로 체중을 온전히 실어야 하기에 다치기 쉽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신발이 있는 것이다.
얼싱(Earthing)은 발을 보호하기 위한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다. 건강해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과 반대로 오히려 인체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위다. 그래도 고운 황토를 깔아 두고 부지런히 관리만 잘한다면 크게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다친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은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그중에는 상처가 나면 잘 낫지 않는 당뇨에 걸린 이들도 많을 것이다. 누구는 잠시 따끔하고 피가 날 것이고, 어떤 이는 상처가 덧나 세균 감염인 봉와직염에 걸려 병원에서 소독을 받고 항생제를 먹는 일도 분명 생긴다. 발바닥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족저근막염도 호발하게 된다. 심지어 미끄러워진 황톳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손목 등이 골절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러면 맨발 걷기의 효과와 사람들의 관심을 열심히 보도했던 여론은 언제 그랬냐며 태도를 180도 바꿔서 맨발 걷기가 위험하다며 방송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신발을 신겠지. 기존에 깔려 있던 지압 돌을 걷어내고 황토를 깐 지자체는 이번에는 또다시 깔았던 황토를 걷어내는 공사를 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날이 추워진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맨발로 걷다가는 동상에 걸릴 것이다. 얼싱(Earthing)이 예전 지압처럼 세금과 함께 사라지지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