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손기정과 황영조를 떠올리며 마라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올림픽의 꽃은 남자 100m 달리기 결승전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남자를 가르는 이 경기는 달리는 선수는 물론이고 보는 관중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기본 입장권이 60만원이지만, 이미 매진>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저렴한 입장권 가격만 해도 450달러(60만 원)나 하지만 며칠 전부터 매진되었다. 9만 명의 관중이 단 10초를 보기 위해 모인 것이다.
<비디오 판독으로 순위 결정>
오늘 새벽에 열린 파리 올림픽 100m 결승은 기록보다는 순위가 아슬아슬했다. 경기가 끝났지만, 아무도 세레모니를 하지 않았다. 누가 1등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디오 분석 결과 6레인의 미국의 라일스가 3레인의 자메이카의 톰슨을 5cm 차이(0.005초)로 꺾고 9.79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달리는 이뿐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경기가 끝난 후까지 손에 땀이 났다.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주(The Dirtiest Race in History)’
36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100m 결승전이 있었다. 캐나다 선수인 벤 존슨은 9.79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며칠 후, 벤 존슨은 도핑이 발각되어 금메달이 박탈되었다. 서울올림픽 100m 남자 결승전은 ‘역사상 가장 더러운 경주(The Dirtiest Race in History)’였다. 벤 존슨뿐 아니라 결승전에서 달린 8명 중 6명이 선수 생활 도중 도핑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100m 달리기 세계 신기록은 우사인 볼트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기록한 9.58이다. 이는 9.6초대 선수조차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있긴 있었으나, 모두 도핑으로 기록이 말소되었다), 우사인 볼트는 그 자체가 도핑인지 모른다. 그는 기록과 이름, 세레모니까지 완벽했다. (볼트는 런던 올림픽에서 100m 우승 직후, 스웨덴 여자 핸드폴 대표팀 3명과 무려 1시간 30분간 금메달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우사인 볼트도 사람인가 보다. 경쟁 상대라고는 젊은 날의 자신 뿐이었던 그는 이른 나이에 은퇴했고, 빨래판 복근 대신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