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남자, 3일간 지속되는 발열, 호흡기, 소화기 증상 없음. 사무직, 일주일 전 바다에서 캠핑.
백혈구: 12,000(정상시 10,000 이하) 증가 및 CRP 상승
크레아틴(Cr): 1.8로 상승
소변 검사에서 적혈구 5~9개 검출.
우리 몸의 군대에 해당하는 백혈구 및 염증 수치인 CRP 증가는 감염을 뜻했다.
그리고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크레아틴 수치 상승 및 소변 검사에서 피가 나오니까, 감염 중에서도 신장을 침범하는 감염병이다.
결정적인 힌트는 일주일 전 캠핑, 그것도 가을. 바로 답이 나왔다.
쯔쯔가무시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을 물어 생기는 발열과 혈관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혈액 검사도 있지만 진드기에 물린 상처인 가피(escar)가 진단의 키 포인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찾기는 어렵고, 몸에 발진이 나타나면 쯔쯔가무시를 의심하고 환자 몸을 뒤져 가피를 찾아 진단을 내린다.
“오, 대단한데.”
내과 의사인 아내에서 감탄이 나왔다. 아내 병원에서 의사들이 머리를 맞댄 후 같은 진단을 내렸다고 했다. 사실 나는 지리산 아래 산골인 산청에서 근무하면서 몇 번 본 경우라 쉽게 답을 맞출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답을 맞출 수 있을까?
한 달에 22달러(2만 8,000원)를 주고 사용하는 chat GPT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인공지능의 답은 달랐다.
렙토스피라증이었다.
주로 감염된 쥐의 소변 의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은 쯔쯔가무시와 마찬가지로 신장에 염증을 일으키지만, 한국에서는 쯔쯔가무시보다 훨씬 드물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신증후군인 한타 바이러스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잠복기가 2~3주로 더 길었다. 아직 인공지능이 의사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실에 나름 뿌듯해했다.
다음날 외래로 환자가 와서 몸을 뒤져 진드기에 물린 자리인 가피(escar)를 찾아서 확진을 내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자는 다음날 외래로 오지 않았다. 다급해진 아내는 환자에게 전화를 해서, 몸에 발진이 생겼는지, 상처가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발진요? 전혀 없는데요.”
그리고 몸 상태가 어떻냐는 말에 병원 다녀온 날 저녁부터 저절로 좋아졌다고 했다. 의사도 인공지능도 모두 틀리고 아마단순 바이러스 감염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몸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