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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Nov 16. 2024

내가 우리 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지 않은 이유

진짜 진상

 예전에 <의사인 내가 수면내시경을 받지 않는 이유>를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sssfriend/693


 그때는 위내시경은 몇 분 안 걸리기 때문에 수면을 안 해도 참을 만했다. 하지만 대장은 다르다.        

 평소 잦은 복통과 함께 급하게 화장실을 가며, 최근 뒷무직이 있는 관계로 나는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대장 내시경은 위내시경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기에 상당히 고통스럽다. 생긴 것 빼고는 모두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는 수면으로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수면으로 받지 않기로 했다.


첫째,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에게 내 거시기를 보여주기는 거시기했다.

둘째, 수면으로 무의식 상태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일면식이 없는 다른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았다.      

 엉덩이 부분이 뚫린 괴상한 바지를 입고, 침대에 누웠다. 엉덩이가 허전하다 못해 시린 느낌이었다. 

 “약 들어갑니다.”

 속으로 숫자를 세기로 했다.

 ‘하나, 둘, 셋....................’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몸이 늪에 빠진 것처럼 무거웠다.

 

 ‘프로포폴은 개운하다더니, 난 아닌가 보네.’     

 나중에 검사 결과지를 받았다.      

 Complication: Paradoxical rxn. ++++++

 (부작용: 괴상한 반응. ++++++)      


 그러니까 ++++++ 는 내가 대장내시경 도중에 어마어마한 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한 것이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심지어 진정도 잘 안 되어서 미다졸람 3mg에 프로포폴 10mg으로 부족해서 프로포폴 6mg을 더 사용하여 총 16mg을 사용했다고 한다.      


 맨날 진상을 욕하던 의사인 내가
사실은 제일 진상이었다.     
 

하.....      


근데,


역시,


수면 내시경을 우리 병원에서 안 받길 잘했다. 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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