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분노, 다음은 음모

인과 관계의 착각

by 빛나리의사

병원은 무섭다. 우리는 병원에 갈 때마다 불안에 떤다. 혹시 암이 아닐까? 죽을병이 아닐까? 사실 병원은 무서운 곳이 아니다. 암이나 죽을병이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게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암=무서움=병원 이렇게 인식한다.

조현병은 안타깝지만 끔찍하고 심각한 병이다. 조기에 빠른 치료가 필요해야 치료될 확률이 높인다. 그렇기에 환자뿐 아니라 많은 가족들이 이를 부정하고, 심지어 진단을 내린 의사에 대해 분노하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간 일부는 음모론을 펼친다.

조현병처럼 더 심각한 진단명을 받게 되면
굉장히 예측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더 커지며,
이는 사회적 거부를 통해 그들의 고립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제임스 데이비스(2024), 『정신병을 팝니다』 사월의 책, p.20.

조현병이 끔찍한 것이지, 조현병이라는 진단명과 그 진단을 내리는 의사가 끔찍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교묘히 조현병이라는 진단명과 그 진단을 내리는 의사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투사다.


최근 항우울제 처방이 20년간 두 배 늘었다. 왜 늘었을까? 간단하다. 정신 질환이 두 배 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 질환이 늘어 항우울제 처방이 느는 것을 반대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항우울제 처방이 늘어 정신 질환이 느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 그렇게 주장한다.


지난 20년간 항우울제 처방이 두 배 증가한 국가들에서 우리는 같은 기간 동안 정신 건강 장애도 두 배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것은 많은 나라에서 처방의 증가가 정신 건강 장애가 늘어나는데 책임이 있음을 의미하며.

제임스 데이비스(2024), 『정신병을 팝니다』 사월의 책, p.18.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항우울제 처방이 가장 적는 나라 중 하나다. 출처: 2023 OECD at glance>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자살률이 제일 높다. 출처: 2023 OECD at glance>


참고로 항우울제 처방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높다. 자살률이 1, 2위인 한국과 리트매니아는 항우울제 처방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런 책이 널리 읽힐수록, 가뜩이나 사람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정신 질환 자체를 믿지 않게 되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며, 그 결과 더 많은 이들이 자살하게 된다.

환자의 진정한 인권은 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