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는 카카오 대리에게 배워라

비극을 넘어, 국가 실패

by 빛나리의사

대리를 부를 때, 나는 더 이상 업체에 전화를 하지 않는다.

카카오 대리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고 가격만 고르면 끝이다.


그러면 플랫폼이 알아서 기사를 찾는다.

누가 가장 빨리 올 수 있는지,

누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지,

기사가 언제 도착하는지,

모두 실시간으로 보인다.


그런데 사람 목숨이 걸린 응급의료 이송 시스템은 어떤가.

최근 대구에서는 임신 28주의 쌍둥이 산모가 진통을 느껴 119에 신고했다.

그러나 구급대원들은 병원을 자동으로 배정받지 못했다.

대구의 병원 7곳에 하나씩 전화를 돌려야 했다.

결과는 같았다.

모두 “수용 불가”였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산모는 장시간을 헤맨 끝에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결과는 참담했다.

쌍둥이 중 한 명은 숨졌고,

다른 한 명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대리운전만이 아니다.

치킨 한 마리, 짜장면 한 그릇도

어디가 비어 있고, 누가 가장 빨리 올 수 있는지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는

아직도 병원마다 전화를 돌린다.

이게 2026년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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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대리에서는

요금이 너무 낮아 기사가 안 잡히면

더 비싼 옵션을 선택하면 된다.

가격이 곧 신호가 되고,

시스템은 그 신호에 반응한다.

하지만 응급의료는 다르다.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영역에서

환자에게 더 많은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둘 중 하나다.

국가가 대신 더 지불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병원이 환자를 받을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그마저도 못 하겠다면,

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응급의료 앱에 옵션 버튼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환자를 받는 병원보다

거절하는 병원이 더 안전하다.

그래서 모두가 “곤란하다”고 말하고,

그 사이에서 환자는 길 위에 남는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서

119가 카카오 대리만도 못한 시스템이라면,

그건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국가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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