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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기 44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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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 Nov 19. 2020

25 포기하지 않는 건 내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조금 전략적이게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힘을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


난 이런 걸 조절하기에 아직 서툴다.

그래서 회사에서 진을 빼고 오면 집에 와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잠에 든다.


그렇다고 또 쉽게 잠에 들지도 못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무진장 펼쳐놓고 한 걸음 떼고 나면

그 한걸음은 곧 다음 날 아침이 된다.


침대에 구깃구깃 구겨진 영화잡지들과 널브러진 아이패드,

배게를 들추면 나타나는 애플 펜슬.


불안해서 늘 붙잡고 있고 싶은 맘이다.


어느 날은 체력에 못 이겨 그냥 잠에 들기도 한다.

그렇게 늘 끓어 넘치지 못하는 열정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그리고 어느 날은 끓는점에 도달하지 못할 걸 알아서 붙들고 이리저리 방만 맴돈다.

무서워서 펼치지도 못한 채로 잠에 드는 몇 달이 지속되기도 했다.


그렇게 사라지지 않은 채 내 안 깊은 곳에서 아주 조용히 유영하는 꿈들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요란하게 파도가 칠 때면 불순물이 걸려 큰 바위 안으로 숨었다가

당당히 내 마음의 바다를 차지할 수 있을 때쯤 언제인지 모르게 다시 나와 나를 움직였다.


포기하지 않는 건 내가 아니었다.


늘 끓어 넘치는 열정은 없어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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