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낮잠을 좀 잤더니 밤늦도록 잠이 오지 않아서 오랜만에 일기쓰기
일기를 몽땅 버렸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나서 사실 나도 지인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쓰고 버리는 것
음 엄밀하게 말하자면 완전히 버리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모양새는 똑같다
배우 박근형의 말처럼, 나 늙어 죽으면 내 뒤처리 해주는 것도 일이라는 말이 딱 알맞다. 난 자식이 없긴 하지만. 그게 딱히 서러울 일도 어떤 감정적인 일도 아니긴 하니 오해는 없는게 좋겠다. 우주의 긴 역사 속에서 보자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시간 곳곳에 있으니.
그래도 나는 시간을 추억하는걸 좋아하긴 한다. 대체로는 행복한 시간이다. 연기하는 시간이나 즐거운 시간 가족들과 보낸 추억 등등 그런것들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게 소중하고 아름답다 느껴진 것도 길진 않지만 소중하다고 느낀다. 안좋은 일이나 슬픈 일들은 대체로 써서 버리거나 (이런 혼잣말의 일기를 쓰면서) 일상생활 중에 종종 떠오르곤 하지만 대체로 생각을 덜 하려고 한다.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려는 노력만 해도 바쁜 시간이니까.
요 사이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잔잔한 일상이라 생각해도 가끔씩 이벤트는 벌어지기 마련인듯하다. 오늘 내가 예정에도 없이 오후 세시 삼십분이면 주문을 마감하는 맛집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것처럼. 오늘 그 장소에 가려는 계획은 일절 없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아침의 전화통화 하나로.
이 부분에 대해서 기분이 좋진 않았다. 그런 가벼운 태도에 무례하다 생각이 들었고 남의 입장은 고려 안하는 자기중심적인 업무 태도가 황당 그 자체이긴 했으나..ㅎ 이해득실을 따져보며 어느 것이 차라리 나에게 나은가를 생각해보고 그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는 회수하게 된 그런 이벤트였달까.
하기사 생각해보면 이런 협상이 앞으로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나는 좀 물러터진 군데가 있다는 생각이다. 약간 호구같은 면? 단호할때는 단호해야 하는데. 음. 하나를 회수한 부분은 말하자면. 그쪽에서 예상에도 없고 협의된 부분도 아닌 것에서 급작스럽게 갑자기 상의없이 요구했기 때문에 다른 하나는 회수하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그걸로 달래본다
그나저나 황당하기 그지없다..ㅋ 이 모든 절차에서.
하나 남은건 잘 마치기를 셀프 기원하고 있고.
그리고 또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이런일들이 생기겠지만 내가 좀 더 대처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른 부분은 더 없어지고 단호함이나 냉정함이 더 들어찼으면 좋겠다. 셈도 더 잘하게 됐으면 좋겠고. 능력도 있었으면 좋겠고. 은근 곱게 자라 맹탕인 부분이 꽤 있단 말이지. 그런 나의 부분은 그렇게 맘에 들진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불리한 구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와일드한 사람을 주변에 두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신 싸워줄 사람이라든가? 있으면 나쁘진 않겠지. 집사처럼? 보디가드?ㅎ 그런 부분에서 필요를 느낀다 한번씩. 하. 돈이 진짜로 많았으면 고용할텐데. 돈이 없네ㅋ
나를 대신해서 어려움을 없애주는게 로맨스 장르에서 계속 나오는게 없는 얘기가 아니다. 가끔은 나도 그런거에 넘어가곤 하니까. 어쩔수 없는 부분인거같다. 성별의 어려움에서. 거침과 무력이 사라지는 세상이 아니니.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 아닌가. 얘기가 삼천포로 빠지는거 같긴 한데 뭐 아무말대잔치니까 쓰자면, 상처받지 않도록 하되 가끔 나는 상처받으면서도 집착하고 보호하는 그런것? 그리고 내 감정에 충실할 뿐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 나아가고 물러설때를 아는 것. 쓰다보면 계속 쓸 수 있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 쉬운 일이 아니니 늘 장르적 소재다. 실상 부모가 자식을 대할때조차 그러기 쉽지 않다. 인간은. 완성되지 않은 채로 사랑하고 부모가 되고 실수하고 화해하고 그렇게 살다 죽는 과정을 걷게 되니까. 잘 알면서도 로맨스 장르는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긴 하다. 그건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나 자신과의 화해와 통합의 문이랄까. 어려운가? 뭐, 그런게 있다.
최근에는 그래서 그런가 정신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다. 그럴수록 성애는 점점 멀어지는거 같지만..ㅋㅋ 안정되니 딱히 누군가가 더 필요치않다. 적당한 결핍과 짙은 외로움이 있어야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해지는거 같다. 어느 인터넷에서 본거같은데 드러운데 그게 사랑같다?고 했던거같은데
음. 뭐. 나도 그런 시절이 있긴 했는데 난 이제 드러운게 사랑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그 당시 물론 나의 의지가 아니라 상황이 날 깨닫게 했던거라 고통 끝에 얻은 깨달음이긴 한데. 편안하고 잔잔한 미소가 있는 일상이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형태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가늠해보자면 잘 모르겠다. 보이는게 많아질수록 결핍을 사랑이라 느끼는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게 되었달까.. 옛날 어른들이 뭘 몰라야 결혼을 한다는 말이 없는 말이 아니다. 옛날 어른들을 생각하면 예전엔 미혼이란게 거의 없었으니 결혼해서 살다 그걸 깨닫게 된 순간의 비애를 느낀 사람들의 허망함이 좀 애달프기도 하다. 물론 슬픔만 있는건 아니고 삶의 곳곳에서 행복도 있겠지만. 그 순간만 따져본다면.
나한테도? 내가 눈가린채로 마지막 타이밍이라구 할만한건 아마도 3년쯤? 전인거 같기도 하고. 그때 나의 삶의 여정 안에서 나 스스로를 탐구를 하는 구간 속에서 나는 어떤 지지대가 필요하기도 했지. 그때 뭔가 끈덕진 사람이 있었다면 홀랑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 정신병적인 사람은 없었으므로..ㅋㅋ 음. 이젠 필요없지만.
필요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예전엔 필요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요즘은 필요한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특질을 가진 사람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사실 필요는 채워지면 필요없어지기 마련이니. 좋은건 계속 좋을 수도 있지 않을까. 전엔 좋은건 질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니 이런 질문이 생긴다. 과연 내가 그게 진짜로 좋았던가? 되물을 수도 있다. 필요한걸 좋아한다고 느꼈을까. 내 결핍을 채워주는게 좋아한다고 느껴졌나. 글쎄. 근데 여튼 내 생각이 바뀌어서 좋은건 그냥 계속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 그건 뭐랄까 아무 댓가도 없는데 내가 계속 좋아하는 것들처럼. 연기나 아기같은거. 그것들이 내게 무언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것이나 보기만 해도 미소지어지는 아기들 같은 것들이나. 성애의 영역에도 그런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ㅎ 아직 그런 적은 없는거 같다. 아무말대잔치 잡소리긴 한데. 그냥 계속 좋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지. 연기나 아기들처럼 순수할 수가 없으니.
순수의 영역에서 보자면 예술적 순수함이라든가 아기들의 천진난만한 순수함이라든가 하는걸 갖추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지않나. 그럼에도 종종 순수한 사람을 마주치곤 하는데 난 그런 부분을 좋아하긴 한다. 다른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 순수성을 사랑하지만 결국 그 다른 단점때문에 멀어지곤 하지. 나와 다른 단계에 있기때문에 그들에게 나와의 멀어짐은 필수 코스다. 어쩔 수 없지. 나한테도 필요한 일이고. 그래도 일단 순간적으로는 그 순수를 좋아한다. 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순간 아닐까. 일생을 일렬로 늘어진 실처럼 그린다면 그런 순간들이 반짝반짝하게 점점이 실 위에 박히고 멀리서 보면 그 빛나는 실이 눈에 들어오는. 뭐 그런. 나는 그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순수한 열정이 빛나고 모이는.
그리고 최근에 이향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람들이 참 용어도 잘 만든다. 내향인 외향인 이향인 세 부류로 나누겠단다. 그런데 mbti도 그렇고 외/내향인 분류도 그렇고 뭘 자꾸 나누니까 지겹다는 생각도 드는데 일단 들어보긴 했다. 듣다보면 이향인이 내 특성이긴 한데 그게 놀랍다는게 꽤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게 왜 놀랍지. 소속감이 잘 안생기는 사람도 있는거지.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데. 다양하게 별의별 사람이 많다. 오늘만 하더라도 그렇고ㅋ 하ㅋ 내 생각이랑 다른 사람이 많지. 이렇게 세상이랑 협상하고 살아가는 중이라구 나는. 내 상식과 누군가와의 상식이라는게 왜 일치가 안되는지 의문이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의견불일치는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대신 나의 신변과 관련된 일의 결정은 내 의사가 반드시 포함되야 한다. 쉽지가 않아 쉽지가 ㅡㅡㅋ
그래서 말이지만 오늘도 아레가 생각나는 날이다. 아레를 잃었을 때 슬픔은 말도 못했다만 늘 묵묵히 지켜봐주던 아레를 떠올리면 그리울 수 밖에 없다. 나 모르게 지켜주던 일들도. 왜 다 기억이 안날까. 그것도 이 생의 운명이려니 하고 있지만. 이번 생에 아레를 볼 수 있긴 할까. 그립네. 하지만 아주 없어진 것보다 어딘가 존재하는게 더 낫다. 존재가 존재하길. 내가 아레를 계속 그리워하는 일이 아레에게 헛되지 않길.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