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첫째날

10/16_출발

by Si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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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런던으로 왔다. 출발하는 날 엄마의 얼굴은 노쇠해 보였다. 입국장에서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들의 대화도 더 이상 어리지 않았다. 나의 관심과 꿈과 목표와 욕심과 후회의 대상과 형태도 많이 변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 크고, 허황된 것에 대한 환상보다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더 열망한다.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보다 별일 없이 비행기에 승선했다. 단 하나 해프닝이라면, 여권을 흘려 한 아주머니가 찾아 주셨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보다 ‘죄송합니다’가 먼저 나오는 내 입은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 자신에 대한 질책이 앞서는 나를 대변했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자신을 질책하는 나를 다시 원망했다.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복도 쪽에 예약한 좌석을 찾아 여행을 시작했다. 비행 중 깨달은 것이지만, 지독한 자기방어기제로 다시 한 번 사람 좋은 미소와 인사로 옆 사람에게 짐을 올려주는 호의를 베푼다. 애정과 나의 방어기제는 정확하게 반비례해서, 나를 시작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의 화살은 순차되어 왔다. 상처받은 나와 모든 주변인들은 어디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35일간 이어질 줄 알았던 질문은 12시간의 비행 중 어느 정도 풀려나갔다. 짧지만 긴 33년 인생의 복기는 고통스럽지만 진실됐다. 수없이 많은 한숨과 탄식에 옆 사람은 신경이 쓰였을지 모른다. ‘개차반’과 ‘희망’.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비행 중 발견한 두 개의 감정. 항상 그랬듯 지금의 생각이 유한할지 모르지만, ‘진실을 마주한’ 이 순간은 왠지 이질적이면서도 상쾌하다. 떠나지 않았다면 이런 용기가 나지 않았을까. 이 여행이 전환점과 후회 사이에서 위치할 명분과 근거는 끝나고 나서도 시간이 좀 지나야 알 수 있겠지.


비행기를 내려서 담배 한 대. 생각보다 빨리 짐을 찾고 태우는 담배는 ‘런던’이라는 환상이 내게도 조금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은 런던 날씨처럼 다소 음산하고 고생스러웠지만, 강한 영국 발음으로 미결제 예약 건 사실을 알려주는 직원의 안내에도 숙소에서의 휴식은 달콤했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데스크와 카페의 직원들과 백인이 주인 고객들 사이 나는 혼란스럽기 보다 자유롭다.


하루 머물고 브뤼셀로 떠나지만, 배스 로드의 호텔은 런던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풍겨준다.


IMG_5989.JPG 벨기에의 첫 에어비앤비 숙소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