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로 여행을 왔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다운 도시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도시인데 환상적인 도시의 전경은 어쩐지 익숙했다. 찾아보니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촬영지로 유명했다. 영화 속 유럽은 아름답다. 마치 환상의 나라 같달까. 그런데 직접 내 발로 거닐어보면 그저 세계의 관광객이 모이는 핫스팟일뿐이기도 하다. 물론 내 눈에 담았을 때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숙소에 짐을 놓고 아르누강을 따라 난 길에서 유명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얼굴보다 더 컸던 샌드위치는 맛집 찾기의 달인인 친구가 찾은 집에서 사 먹었다. 사실 굳이 알고 가지 않아도 놀이기구 기다리듯 길게 늘어선 줄이 맛집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줄 서서 메뉴를 한나절 고르다가 말린 토마토가 들어간 메뉴를 시켰는데 꼬들꼬들하고도 상큼한 토마토 식감이 최고였다.
햇볕(관광지를 다니다 보니 자꾸 해바라기가 되는 듯하다)을 만끽하며 강변을 걸었다. 커다란 샌드위치 덕에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면서, 친구랑 뉴진스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좋~다”를 연신 외치는 여행자들의 풍류 시간이었다. 다음 코스는 우피치 미술관이었는데 예약 시간이 남아 그렇게 잠시 돌아다니다가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다. 드디어 ‘비너스의 탄생’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예술의 집약체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한 곳이기도 하다. 건물은 메디치궁이었다가 미술관이 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면 바닥도 봐야하고 천장화도 봐야하고 채광이 좋은 창가에서 햇빛을 쬐기도 해야하고... 대학생 때 교양수업에서 달달 외워야했던 화가들과 명화도 감상해야 했다. 아름다운 것들로 둘러싸인 곳이라 눈, 코, 입, 귀 다 곤두세워야 했다. 그렇게 감각을 열다 보니 그저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었지만 난 복도 중간 중간에 있는 작은 아기 천사들의 그림이나 조각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림 속에도 있고 복도에 아무렇게 놓여있는 조각으로도 존재하는 아기 천사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무해해보였다.
미술관을 실컷 구경한 뒤에는 일몰에 맞춰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노을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버스킹도 하고 있고 그 앞에는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계단을 꽉 채워 앉아 있었다. 우리가 아까 다녀온 건물들이 더 작고 귀여운 건물과 길 사이에 섞여있었다. 중심 광장에 있던 피렌체 두오모까지 더해져 이 도시만의 풍경을 완성했다.
햇살이 내리 쬐는 미술관과 그 안에 고이 전시된 오래된 작품들, 해 질 녘 붉게 물든 하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눈 앞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지는 버스킹 공연… 쌀쌀했지만 쉬이 떠날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운치 있고 감상에 젖어들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남자랑 와도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곳. 여운이 가시기 전에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자자(관광객들의 맛집) 스테이크와 파스타, 그리고 하우스 와인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더할 나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