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증명서 따위는 필요 없다.
큰 뚱냥이는 2015년 8월 15일, 나에게 왔다.
우연히 블로그에 올라온 큰 뚱냥이 사진에서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다. 꾸밈없이 태평하고 당당해 보이는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위안과 행복감을 느꼈다.
2010년,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계속 마음이 힘들던 나는 입양을 결심했다.
고양이 분양카페의 블로그 주인은 잠시 난감해했다.
“유의하실 점이요, 브리티쉬숏헤어 형제들 중에서도 덩치가 제일 큽니다. 대신 성격은 제일 좋아요. 그래서 남겨두려고 했는데.. 혹시 다른 아이는 어떠세요?“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블로그 주인은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되는 게 좋다며 결국 허락했고, 덧붙여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큰 뚱냥이의 할아버지가 캐나다 캣쇼 챔피언이니, 혈통증명서를 구입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큰 뚱냥이에 대한 갈망이 워낙 컸던지라 뭐든 다 OK 할 기세였지만, 그 제안은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게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었다. 잠깐은, 혹시 나를 호구로 보나 싶기도 했다.
큰 뚱냥이에 대한 내 감정은 그런 서류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그 어떤 증명서보다 분명했다. 그 아이가 내게 온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모든 것이 충분했다.
사실 처음엔 유기묘를 입양할 계획이었다.
그동안 두 번의 임시보호를 하며 묘연을 기다려왔다.
결국 계획과는 다르게 분양카페에서 입양하게 됐지만, 그 어떤 비난도 감수할 만큼 나는 이 묘연을 확신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확신은 여전히 흐려지지 않았다.
큰 뚱냥이와 함께 하는 오늘, 이 하루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