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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sorim Nov 07. 2016

우리 모두는 마음의 조각들을 줍고 있다.

_멜버른, 너와 나, 그 사이.



때로는, 아니 실은 아주 많은 순간들에 삶이 우리를 저버릴 지라도. 너와 나를 저 높이 들어 올려 하늘을 날으게 했다가 툭 떨어뜨려, 무책임하게 툭 내려놓아 그 무수한 마음의 조각들을 셀 수도 없이 너와 나를 산산조각 내더라도. 우리는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삶,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겠지? 그러면 너와 나는, 우리는. 그 흩어진 무수한 조각을. 아스라이 흐드러져 아-주 희미하게 반짝이는 조각들을 모두 다 주워내어 다시 한번 마음에 품어 내려 애를 쓸 거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 아주 더디고 느리고 괴롭고 때론 화가 나고 지치고 지겹고 지긋지긋할지도 몰라. 이따금의 우린, '이 정도면 됐어, 이제 그만둘래' 하며 숙인 허리를 곧게 펴고 모든 조각들을 가슴에 소중히 안은 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삶을 이어 나가려 하겠지. 그러다 이따끔 깨닫는 거야. 아주 작고 희미해서 있는지 조차 몰랐던 하나의 빈자리가, 그 단 한 조각의 빈자리가 너의 마음의 모든 것을 줄줄줄줄 흐르게 해서 어느새 너의 발 밑에 깊은 웅덩이가 자리한다는 것을. 그래서 물을 먹어 축축하고 눅눅해진 너는 앞으로 나아가거나 새로운 누군가를 안아주기가 어렵다는 것을.


어쩌면 너와 나는 애초에 각자의 조각들을 주워내는 그 더디고 힘든 과정에서 서로를 마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산조각 난 나를 간신히 추스르느라 힘에 부치던 나는, 너에게 할 수 있는 한 가장 커다란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나의 옅은 미소가 너무도 희미해서. 네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너무 작고 힘이 없어서. 그래서 너는 나를 스윽 지나쳐 다시 너의 조각들을 주우려 고개를 푹 숙여버린 지도.


그거 아니. 때로의 나는 참 쉽고 우스운 사람이어서, 너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도 없다. 그저 네가 다시 반짝이는 너의 마음을 굳건히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너의 조각들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그 빈 조각들을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커다랗고 힘 있는 미소를 가진 사람을 만나기를 바랄게. 나의 욕심이었겠지, 그게 내가 되기를 바랐던 것은.



안녕. 잘 지내. 곧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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