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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Jun 21. 2024

영화 <경아의 딸> GV


영화 <경아의 딸> GV


1. 경아와 연수는 모녀 관계다. 경아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연수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한다. 경아는 딸을 끔찍이 아낀다. 연수는 엄마의 과도한 돌봄(혹은 참견)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경아의 휴대폰에 연수가 어떤 남성과 섹스하는 영상 메시지가 오면서 영화는 변곡점을 맞는다.


2. 이 영화의 놀라운 중에 하나는 갈등을 구축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사실 이런 소재는 남녀의 대결구도로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가시화하지 않는다. 경아는 죽은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것 같은데, 그 모습을 영화가 실제로 보여주지 않는다. 연수도 불법촬영 피해를 당하지만, 그 과정을 영화가 내밀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묘사로 캐릭터에 대한 2차 가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가시화되는 건 딸에 대한 엄마의 언어폭력이다. "돌았니?", "걸레"라는 단어가 경아의 입에서 나오는데, 거기서 연수는 "엄마도 아빠랑 똑같아"라고 말한다. 이런 복잡한 갈등 구조가 남성을 악마화하지도 않고, 사건의 본질이 뭔지 깊게 생각하게 한다.


3.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불법촬영 피해로 휴직한 연수의 태도 변화도 이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임신 테스트기가 발견되면서 학교가 술렁인다. 교장은 학생들을 엄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한다. 본인의 사건이 터지기 전, 연수는 제자의 연애를 모른척하고 넘어간다. 오히려 "또 남친 바뀌었어?"라며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낸다.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연수는 휴직하고 학원 강사로 일한다. 연수는 거짓말하고 남친이랑 놀러 간 제자를 엄하게 혼낸다. 영화 후반부로 가면 연수는 연애하는 제자를 무작정 덮어주지도 않고, 추궁하지도 않는다. 다만 제자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덧붙인다. 영화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연수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4. 영화는 마지막에 경아와 연수가 극적으로 화해해서 다시 화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경아와 연수를 엄마와 딸이 아닌 삶의 단독자로 묘사한다. 더 이상 딸에 집착하지 않고, 남편의 공간이었던 아파트를 떠나 어딘가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경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수도 다시 학교로 복귀한다. 연수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듯이 경아도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5.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이름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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