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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Jan 19. 2020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장르영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장르영화’(genre film)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간혹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이 영화는 장르영화로서의 쾌감이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장르영화란 무엇일까요?


문학에도 ‘시’ ‘소설’ ‘수필’ 등의 장르가 있는 것처럼 영화에도 분류 가능한 형식과 줄거리를 갖춘 장르가 있습니다. 먼저 장르란 ‘갈래’ 혹은 ‘분야’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화 장르는 크게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장르에 대한 논의는 다큐멘터리나 실험영화가 아닌 ‘극영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극영화란 ‘허구’로 이뤄진, 일정한 형식과 줄거리를 가진 영화를 뜻합니다. 비극으로 대표되는 ‘멜로드라마’, 희극으로 대표되는 ‘코미디’가 바로 장르영화의 원류입니다.


정영권 영화평론가는 책 『영화 장르의 이해』에서 “가슴 시린 멜로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상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선호하는 관객도 있다. 첨단과학과 기술이 전시되는 SF 영화를 광적으로 추종하는 관객도 있다. 이렇게 유사한 영화들이 일군의 무리를 형성할 때, 그것을 영화 장르라고 부른다”고 말합니다.


즉 장르영화란 ‘멜로드라마’ ‘코미디’ ‘판타스틱’ ‘범죄’ 등 특정한 이야기 구조, 세부적인 관습, 상징적인 도상 등이 반복되는 영화를 말합니다. 영화는 다른 예술에 비해 장르 정의가 모호한 측면이 있는데, 왜냐하면 한 영화를 다양한 장르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스틸컷

가령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블랙코미디’이면서 ‘스릴러’, 빈부의 문제를 다룬 ‘사회문제 영화’로 까지 확장시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2003) 역시 마찬가지인데, 한 포털사이트는 <살인의 추억>을 무려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코미디’ ‘드라마’ 등 다섯 개의 장르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실제로 봉 감독의 영화는 단일한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한 영화에 다양한 장르가 내재돼 있는 특성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는 “봉준호 자체가 장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데, 이는 봉준호 영화에서 발견되는 특유의 공식, 관습, 도상 등이 어떤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봉준호 영화를 관통하는 특징은 무엇일까요?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봉준호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점.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릴러 장르를 기본 얼개로 하지만 특유의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맺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선 언급처럼 한 영화에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녹아있는 것 역시 특징이죠.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 <싸이코> 스틸컷
이안 감독, 영화 <와호장룡> 스틸컷

뛰어난 감독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장르를 조금씩 비틀거나 변주해가며 영화를 만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스릴러의 대가’라고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죠. 이와는 반대로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한 감독도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 출신의 이안 감독인데, <와호장룡>(2000) <헐크>(2003) <브로크백 마운틴>(2005) <색, 계>(2007) <라이프 오브 파이>(2012) 등 필모그래피만 보면 ‘과연 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한 장르는 감독이나 관객들에게 영화 제작과 관람에 유용한 나침반을 제공합니다. 데이비드 파킨슨은 책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에서 “장르를 통해 제작자들은 대중의 취향에 맞출 수 있고, 관객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고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적으로 장르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관객이 해당 장르에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무를 꼭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장르영화이면서 동시에 장르의 자장에서 탈주하는, 가령 <기생충>과 같은 영화가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장르는 모호한 개념이면서 유용한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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