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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Feb 02. 2020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애니메이션’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animation)은 ‘영혼’ ‘정신’ ‘생명’을 뜻하는 라틴어 ‘아니마’(anima)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anima’에 영어 접미사 ‘-tion’(~하는 행동[상태])이 붙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개념이 완성됩니다.


위 정의를 토대로 비유하자면 애니메이션이란 움직일 수 없는 물질에 영혼과 정신,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만드는 영화 장르입니다. 다시 말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영화 장르가 바로 애니메이션입니다.


포인트는 바로 ‘움직이는 것처럼’에 있습니다. 이는 영화의 본질과도 맞물려 있는데, 영화의 다양한 정의인 ‘cinema’ ‘film’ ‘moving picture’ 중 애니메이션은 바로 ‘moving picture’(움직이는 이미지)의 성격에 가장 잘 부합하는 영화 장르입니다.


그 예가 바로 ‘플립 북’(flip book)입니다. 플립 북이란 낱장에 연속적인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한데 묶어 빠르게 넘길 때, 각각의 장에 그려진 이미지가 한 흐름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책을 말합니다.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만들어봤을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기본적인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세계영화사의 맥락으로 짚어보면, 애니메이션은 ‘잔상효과’(persistence of vision : 움직이는 영상을 봤을 때 관객의 눈에는 영상이 실제로 머문 시간보다 오랫동안 머물고 있어 움직이는 환각을 유발하도록 하는 현상)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책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의 저자 데이비드 파킨슨은 “최초의 영사기가 등장하기 전의 100년간, 사람들은 연속된 이미지가 빠르게 연속하면서 나타내는 잔상효과 덕분에 정지한 이미지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걸 알았다”고 말합니다. 이 잔상효과에 기반을 둔 영화 촬영기가 바로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영사기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입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탄생과 함께한 최초의 영화 장르이기도 합니다.


에밀 콜 <팡타스마고리> 오프닝 장면

그렇다면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무엇일까요?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1908년 프랑스의 에밀 콜이 만든 <팡타스마고리>입니다. 총 필름 길이 36미터, 영사 시간 1분 18초인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 ‘피에로’가 끊임없이 검은 스크린 위를 미끄러지며 등장인물들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신동헌 감독 <홍길동> 스틸컷 [출처=한국영상자료원]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1967년 1월에 개봉된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입니다. <홍길동>은 신 감독의 동생인 신동우 화백이 1966년부터 4년간 <소년조선일보>에 1,300여 회 연재한 만화 『풍운아 홍길동』을 바탕으로 각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벤 샤프스틴, 해밀턴 러스크, 노먼 퍼거슨 감독 <피오키오> 스틸컷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은 미국의 ‘디즈니’와 일본의 ‘지브리’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입니다. 디즈니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를 포함해 <피노키오>(1940) <신데렐라>(1950) <정글북>(1967) <곰돌이 푸>(1977) <인어공주>(1989) <알라딘>(1992) <미녀와 야수>(1994) <라이온 킹>(1994)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겨울왕국 시리즈까지.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들은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세계영화사에 눈부신 발자취를 남깁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마녀 배달부 키키> 스틸컷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

지브리의 저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를 시작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마녀 배달부 키키>(1989) <붉은 돼지>(1992) <귀를 기울이면>(1995)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과 가장 최근작인 <추억의 마니>(2014)까지.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사로잡은 캐릭터와 이야기, 영화의 OST는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오성윤 감독 <마당을 나온 암탉> 스틸컷

한국에선 <마당을 나온 암탉>(2011)과 <언더독>(2018) 등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과 <돼지의 왕>(2011) <창>(2012) <사이비>(2013) <서울역>(2016)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제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제44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시체스 패밀리 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등 걸출한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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