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 14
오늘 소개할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입니다.
2006년 여름, 정확히 이맘때에 개봉을 했고요. 당시 천만명이 넘는 관객수를 동원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그 직전에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괴물>까지 성공시키면서 이른바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괴물>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이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을 무단으로 방류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맥팔랜드 사건’이라고 불리는데요. 맥팔랜드는 당시 용산 미군기지 영안실 소속 군무원 이름입니다. 이 사람이 시신을 방부 처리할 때 사용하는 포름알데히드를 부하 직원에게 버리라고 명령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 사건이 환경단체에 의해서 폭로가 되면서 미군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게 됩니다. 바로 이 사건이 <괴물>의 모티프가 되고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미군이 독극물을 무단으로 방류하는 장면을 등장시킵니다. 그 이후에 한강의 어떤 생명체가 독극물로 인해서 괴물로 변한다는 상상으로 영화가 진행되게 됩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강두’라는 인물은 대낮에 갑자기 출몰한 괴물로 인해서 딸을 잃게 됩니다. 그러니까 괴물이 딸을 납치해 가는데, 국가 시스템으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거예요. 경찰뿐만 아니라 의사도 강두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딸을 구하기 위해서 가족들과 함께 직접 총을 들게 되는데, 영화는 그러한 가족과 괴물의 사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우선 제목에서처럼, 영화에는 ‘괴물’이 비중 있게 등장하기 때문에 일종의 호러영화, 그 안에서도 ‘괴수영화’로 볼 수 있고요. 호러영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호러영화는 관객의 억압된 욕망을 자극하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귀신, 유령, 드라큘라 혹은 괴물처럼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해서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파괴합니다. 거기서 관객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그것이 호러영화의 가장 큰 장르적 재미라고 할 수 있어요. 말하자면 우리가 괴물로부터 굉장히 큰 두려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존재들이 사회의 질서와 규범을 무너뜨리면서 우리의 어떤 파괴 본능, 억압된 욕망을 일정 부분 실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일반적인 장르 문법을 비트는 걸로 유명한데요. 그러니까 대개의 괴수영화라고 하면, 괴물의 등장을 최대한 지연시킵니다. 그러다가 후반에 가서야 괴물을 등장시키고, 그 괴물이 어두운 대도시를 휘젓다가 결국에 어떤 영웅이 그 괴물을 처단하는 서사로 나아가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그것도 대낮에 괴물을 등장시킵니다. 일반적인 괴수영화의 패턴이 아닌 거예요. 어쨌든 초반부에 괴수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장르적인 쾌감 같은 것들을 마음껏 제공합니다. 그 후에 봉준호 감독이 <괴물>을 통해서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게 되는 거죠.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 입장에서도 극에 끝까지 몰입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에 이 영화는 ‘괴물’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나 나쁜 질서 같은 것들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괴물이 등장하고, 그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고 끝나는 괴수영화가 아니라 앞서도 계속 말씀드렸지만 왜 이런 괴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런 괴물이 나와도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서민들은 국가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거예요. 결국 이들이 생존을 위해서 스스로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이미지들을 영화가 계속 보여주니까. 영화가 굉장히 장르영화로서의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숙고할만한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는 거죠.
그런 포인트는 사실 굉장히 많은데요. 영화 초반에 강두 역을 맡은 송강호씨가 경찰에게 괴물에 의해 납치된 딸의 상황을 얘기하면서 “사망잔데요. 사망은 안 했어요”라는 말을 해요. 언뜻 들으면 굉장히 코믹한 대사처럼 들리지만 곱씹어보면, 사망자이지만 사망은 안 했다는 상태 자체가 일반 서민들이 처해있는 상황인 것이고, 특히나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상층부가 아니라 하층부에 있는 사람들인 거니까. 봉준호 감독이 이 대사를 통해서 그런 현실을 꼬집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영화 <괴물>에 관한 제 해설이 궁금하시면,
7월 26일(일) 오후 6시 18분, TBN(강원) <달리는 라디오> - ‘어떤 영화, 진짜 이야기’(FM105.9)를 들어주세요.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TBN 교통방송’ 앱을 다운로드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