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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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2004)
감독 : 유하
출연 :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등
영화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서 1970년대의 폭압적인 정치 및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영화 말미에 남학생들의 우상이 이소룡에서 성룡으로 넘어가는 걸 보여주는데, 그게 군부에서 신군부로 넘어가는 상황과 맞물린다. 단순한 청춘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곱씹어 보면 굉장히 사회를 비판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나 이야기들이 많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서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말죽거리는 강남구 양재역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독서신문이 양재역 근처에 있다. 그래서 출근을 하려면 항상 말죽거리를 지나야 한다. 지금 말죽거리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그 근처 직장인들이 식사 혹은 술 한잔 하기 위해서 많이 찾는 거리가 됐다. SPC와 블랙야크, 바디프랜드와 동원 등이 말죽거리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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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거리>(2006)
감독 : 유하
출연 : 조인성, 남궁민, 천호진 등
영화 자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비해 제목이 조금 밋밋한 것 같다. 어떤 평론가가 한국 조폭영화 중 가장 사실적이며, 뛰어나고, 허세가 없는 영화라고 평했는데, 그렇게 극찬할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개봉한 <낙원의 밤>도 그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병두(조인성) 역시 가족과 동료를 각별히 아끼는 등 순수한 소년으로 묘사된다. <달콤한 인생>과 <파이란>도 그랬던 것 같다. 폭력과 순수의 조화. 이것도 클리셰라면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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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1994)
감독 : 조나단 드미
출연 : 톰 행크스, 덴젤 워싱턴 등
나는 톰 행크스를 보면 항상 한석규가 떠오른다. 두 배우 각각 90년대 미국과 한국을 대표했던 스타였다는 점. 톰 행크스는 가장 미국적인 배우. 한석규는 가장 한국적인 배우. 음...?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에이즈 환자라는 걸 숨겼다가 회사 임원들에게 들켜서 해고당한 변호사가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소송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다. 실화 바탕이다. 톰 행크스가 덴젤 워싱턴 앞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인 마리아 칼라스의 음반을 해설하는 장면은 역대 퀴어 영화 중 가장 고혹적인 장면이 아닐까.
4.
<노예 12년>(2013)
감독 : 스티브 맥퀸
출연 : 치웨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등
스티브 매퀸 감독은 <헝거>로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 상을 수상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에 <셰임>이라는 영화를 거쳐서 <노예 12년>을 연출했다. 이 영화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감독.
영화는 자유인이었던 흑인 솔로몬 노섭이 노예 사냥꾼들에 의해 남부의 노예로 팔려갔다가 다시 자유인이 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수작이다. 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조금 있어 마냥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베스가 솔로몬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흑인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도, 또 그 고통 속에서 구원해주는 것도 결국 백인이라는 점이 조금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번 주 라디오에서 다룰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