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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석주 영화평론가 Apr 20. 2022

[인터뷰] 나태주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이 2002년에 발표한 ‘풀꽃’이라는 제목의 짧은 시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언어는 풀꽃처럼 소박하다. 꾸밈과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 그가 최근에 낸 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산문집은 마냥 봄이라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저마다의 이유로 일상이 무너진 이들을 위무하는 책에 가깝다. 책 속에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의 어깨를 도닥이는 나 시인의 격려와 응원이 있다.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시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요즘 풀꽃문학관에 꿀벌이 안 찾아와 걱정이다. 생태계 교란 때문에 그렇다”며 “산사나무 밑에서 붕붕거리는 꿀벌 소리를 좀 들어보는 게 올해 봄의 내 소원”이라고 말했다.  



“내가 곧 팔십인데,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칠십 초반만 해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팔십에 가까워지니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겠더라. 그게 약간 서글프기도 하다. 내 인생이 빛이 바랜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이번 책에는 그런 내 쓸쓸한 마음이 담겨 있다.”


나 시인은 이미 여러 권의 산문집을 낸 수필가이기도 하다. 이번 산문집의 특징으로 그는 ‘내려놓음’을 꼽았다. 그는 “어떤 목적의식이나 방향을 갖고 쓰지 않았다. 욕심부리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고 쓴 글들이 모인 것이 이번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서정시를 주로 썼다. 그래서 일부 문학평론가들은 나 시인의 시를 두고 “현실 감각이 없다”, “사회성이 없다”, “시대정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나 시인은 “거대담론을 논하는 시대는 끝났다. 내가 강연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탈이념’이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자신의 감동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읊은 운문이 주목받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어린이, 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 손해 보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이것은 요즘 시대의 정의이기도 하다. 진짜 정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일이다.”


그러면서 그는 ‘연대’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나 시인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그 말은 남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나를 돌보고 지키는 일”이라며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사랑하면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년이라는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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