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자수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Jul 08. 2023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1.


편집자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나는 깨달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이라는 문장을 보여줬다.


그러자 친구는

"나는 깨달았다. 사람 사귀기보다 나와 사이좋게 지내기가 더 어려움을."

이라고 윤문했다.


친구는 목적격 조사에 대한 불필요함을 강조했다. '것'이랑 '사실'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한다. '자기 자신'은 '나'라고 간명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이상 기자와 편집자의 대화.




2.

영화 <자유만세> 포스터 /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최인규 감독의 <자유만세>(1946)는 해방 후 독립운동을 다룬 최초의 영화다. 이 영화는 1945년 8월, 서울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 최한중(전창근 분)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한중은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장 투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실천한다. 영화 속 시점은 어느 정도 독립이 전망되던 때다. 이는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일본이 무조건이라도 항복할 것을 아는 이상 구태여 폭동을 일으켜 동지들의 귀중한 목숨을 버릴 것은 없는 일이 아니오?"라는 동료들의 의견에 한중은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가 하루라도, 아니 한 시간이라도 (빨리) 붕괴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도 감행해야 할 줄 아오"라고 답한다.


이 같은 한중의 태도는 한국의 독립이 내부의 힘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이뤄진 시대적 상황과 맥이 닿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중에게 독립운동은 그것이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수행해야 하는 당위의 영역이다.




3.

영화 <독립전야> 스틸컷 /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최인규 감독의 <독립전야>(1948)는 정부 수립 직전에 개봉한 영화다. 네 청춘을 앞세워 '창고'라는 의문의 장소에서 행해지던 조선의 풍기문란을 청산하고 희망찬 내일을 예견하는 영화다.


당시 마약쟁이, 밀수꾼, 깡패 등은 진정한 독립을 위해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근데 이 영화는 친일 청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친일 행적을 벌인 최인규의 아킬레스건과 연관이 있다.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도 떠오른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4.


유튜브를 알고리즘에 법정스님 법문 영상이 떴다.

사망 전날, 스님은 다음과 같은 법어를 남기셨다고 한다.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5.


영화 스터디 참고문헌


- 해방 이후 1950년대 독립운동의 영화적 재현 / 정상우

- 해방과 영화 그리고 신생 대한민국의 초상 : 영화 <독립전야>와 <무궁화동산>을 중심으로 / 한영현

- 초기 한국영화 필름 느와르의 태동 : 영화 <독립전야>(최인규,1948)와 <운명의 손>(한형모,1954)의 특성 비교를 중심으로 / 김우진

매거진의 이전글 염승숙 소설가님과 함께 '작가와의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