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감독, '괴물' 50만 돌파 흥행 기념 위해 내한
사카모토 유지 각본ㆍ두 소년 매력으로 '이례적 흥행'
"한국배우 중 김다미ㆍ한예리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정해진 가족,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흔들고 싶었다. 거기에 의문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배급사 NEW 사무실에서 본지와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괴물'을 찍은 소회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등의 영화를 통해 늘 혈연 중심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가족 이미지를 제시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그는 "또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러한 관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영화로 만들어서 여러분에게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괴물' 역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말하는 영화다. 영화는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라는 두 소년의 미묘한 관계를 담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 관계가 사랑일 수도 있음을 전하며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일반적', '정상적'이라는 화법에 내재한 폭력성을 고발한다.
이날 그는 "일본에는 동조 압력(同調圧力, peer pressure)이라는 게 있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슷해야 하고, 보통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구조가 일본에는 강하게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구조 속에서 고통받는 마이너리티(소수자 집단, minority)들이 많다. 일본은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길이 좁다"며 "그런 면 때문에 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고, 돌파구를 여는 게 쉽지 않다. 제가 꼭 영화로 그 문을 열겠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계속 영화에서 그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괴물'은 현재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50만 명을 돌파하며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한 일본영화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카모토 유지의 훌륭한 각본과 두 소년의 매력 덕분에 한국에서 50만 명이라는 관객이 봐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레에다 감독은 이와이 슌지와 이누도 잇신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각각 '러브레터'(1995),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연출해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일본 감독들이다.
그는 "30년 전에 이와이 슌지와 이누도 잇신 감독이 한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들이 한국 관객들에게 일본영화를 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나는 그들 덕분에 이렇게 왔다고 생각한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브로커'(2022)를 통해 송강호,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배두나 등 한국 배우들과 작업한 바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앞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한국 배우로 김다미와 한예리를 꼽았다. 그는 "김다미나 한예리 배우님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아주 매력적인 배우들이 한국에 많다. 가능성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관객들과 극장에서 교감하는 기간에 뜨거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와서 매우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라며 "이번 방한이 매우 귀중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후반부터 또 영화를 찍을 계획이다. 신작이 나오면 또 이렇게 기자분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