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석주 영화평론가 Aug 24. 2022

[인터뷰] 모지민 배우


모지민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는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작가 등의 직업적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는 남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한 트랜스젠더(transgender)이기도 하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는 모지민이라는 존재의 삶과 예술을 다룬 작품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다르게 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됐다. 뮤지컬 배우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는 주인공의 특성을 반영한 연출인 셈이다.


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모지민은 “촬영할 땐 참 힘들었다. 카메라가 주는 폭력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극영화가 아니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며 “근데 영화를 보고 너무 놀라운 결과물이 나와서 행복했다. 요즘은 행복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기분”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영화에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특히 지하철 플랫폼에서 수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모지민이 드랙퀸(drag queen) 분장을 하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군중 속에서 역시나 나는 낯선 존재라는 걸 느꼈다. 사실 나는 스크린 속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항상 그런 상황에 놓인 기분이었다”며 “물론 촬영할 때는 열심히, 기쁘게 찍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상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은의 ‘담다디’에 대해 모지민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담다디’가 수록된 카세트테이프를 사주셨다. ‘담다디’가 박자는 빠른데 가사가 되게 슬픈 곡이다. 영화에서 남편과 함께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관객들이 많이 우셨다”고 전했다.  



모지민은 지난 4월에 ‘털 난 물고기 모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모지민은 “일로 지방에 갈 때가 많은데, 시간이 아까우니 그때마다 내 감정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글을 바탕으로 가수 이랑과 함께 메일링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라는 메일링 서비스였는데 그때 처음으로 독자들을 위해서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난 세상 밖이 궁금한 집고양이에요

옆집에선 개가 짖고요
가난한 길고양이들이 생선 한 마리에 기갈을 부리다
동네 어귀에서 줄다리기하는
쥐들의 숨통을 끊어요
전선 위의 새들은 성의 없이 지저귀다
하늘나라로 마실을 가고요
난 새들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가 궁금한데
개야 소야 돼지야 하네요


‘털 난 물고기 모어’는 산문과 운문이 혼재된 독특한 형식의 에세이다. 모지민은 “기성 작가들이 이 책을 보고 많이 놀라더라. 특히 황인찬 시인이 내 글을 너무 좋아해줬다. 글이 너무 입체적이라는 거다. 의도하고 그렇게 쓴 게 아니다. 내가 무용하는 듯한 감각으로 책을 썼을 뿐”이라며 “그래서 특정 장르로 규정되기보다는 모지민이라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 탄생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달 15일부터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축제에 가면 당신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지민은 “가서 또 부채를 들고 난리 칠 것”이라며 웃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엑소(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