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저처럼, 물건을 쌓아두고 산다는 것이죠.
고백하건대, 저는 맥시멀리스트입니다. 미니멀리즘 이야기를 하러 와서는 맥시멀리스트라고 하다니(?) 싶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물건 잘 못 버리는 사람들의 특징도 잘 알고 있죠.
원래 성격상 물건들을 좋아하는 데다가, 물건이 많아도 정리를 잘해서 깔끔해 보이기에 특별히 삶이 어지럽지 않습니다. 꽤나 예쁘게 꾸며놓는 것을 좋아해서 스스로가 맥시멀리스트인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그건 그렇긴 한데, 과거의 제가 벌여놓은 일(=쌓아놓은 물건들)을 보니, "이건 좀 아니잖아" 싶었어요.
1. 일단 물건이 많다.
고등학교 기숙사 + 대학교 기숙사 합해서 7년, 그리고 자취 3년 차가 되니, 그동안 심심할 때마다 본가에 보내 놓은 짐 박스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 짐 박스를 드디어 정리해보겠다고 자취방에 가져왔습니다. 박스가 입구를 막을 지경이네요. 박스 수를 대충 세어봐도 10개가 넘는데, 과거의 나는 대체 무슨 일을 벌여놓은 것인지...,
물건 잘 못 버리는 사람은 우선 물건이 많습니다. 버리지 못하니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이미 책장은 가득 찼고, 옷장에도 옷이 한가득이어서 더 들어갈 곳이 없습니다. 공간에 여유가 없을 정도로 물건을 꽉 채워 넣어야 비로소 든든한 마음(?)도 들거든요.
2. 뭐가 있는지 모른다.
물건이 많은 사람들은 또 무슨 물건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요.
제가 본가에서 가져온 박스들도 대충이라도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박스를 하나 열 때마다 두근세근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요.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니, 무엇이 튀어나올까 봐 겁나고,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하기도 애매하고요.
3. 그중 대부분은 아무리 봐도 쓸모없는 물건이다.
쓸모없는 건 맞지만,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해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 많아요. 특히 제가 많이 그랬거든요. "이건 안 쓸게 뻔한 물건이지만, 아직 새거고, 심지어 다시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야!" 같은 식으로 사고 흐름이 이어지거든요.
예를 들면, 여행할 때 생긴 영수증, 여행 팸플릿이랑 지도는 물론이고, 옷 태그나 신발 박스, 화장품 공병, 옛날 공책 같은 것들이에요. 추억이 송송 서려있는 물건들인데 어떻게 버리겠어요?
4. 분명 버려야 할 물건인데도 버리지 않는다.
상자를 열어 유리병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 "이건 분명 버려야 하는 건데"였어요. 지금은 그중 대부분을 버렸지만, 아마도 유리병 덕후인 제가 이 박스에 유리병을 정리해 넣을 때는, 모든 유리병이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하나도 버릴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건 잘 못 버리는 사람은 분명 버려야 할 물건인데도 버리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많이 그런데요, 쇼핑백이나 예쁜 포장상자도 버리지 않고요,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예고 출신) 스토리보드도 안 버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마음속으로는 이거 진짜로 버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우선 버리지 않고 있어요. 네, 그렇습니다.
저 언젠가, 버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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