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겁쟁이

발행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겁쟁이 그게 나다. 머릿속에 온갖 잡생각들이 뒤엉켜있다. 늘 뭘 쓸지를 궁리하다 보면 샤워하다가 설거지하다가도 '글감'이라는 녀석이 불쑥 찾아온다. 순간의 기쁨을 뒤로한 채 내게 온 글감을 요리조리 버무려 글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관문에서 또다시 정체다.  

물건 정리 중 우연히 마주한 초등(국민) 학교 통지표에서 '글짓기를 잘합니다'라는 문구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브런치 글을 발행 못해 쩔쩔매는 상황에서 반가운 편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글을 잘 쓰는 아이였구나 하면서 이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점이었을까 싶다. 오래된 과거의 한 조각이지만 '나는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었다. 이걸 핑계 삼아 글을 써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과거 글쓰기 역사를 통해 현재 정체된 내가 위로받는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시작은 했으나, 글쓰기에 있어 더부룩함을 부정할 수 없다. 언제쯤이면 이런 내가 달라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일 년 전 글쓰기를 엄두도 못 냈던 나를 떠올린다. 그나마 일 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나은 모습이라는 생각에 한시름 놓는다. 이렇게 쓰레기 같은 글을 토해낼지언정 쓰다 보면 내년쯤에는 또 달라진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글 쓸 준비는 되어있다. 다만 퍽하고 쓰면 되는 실행 문제일 뿐이다. 숨지 말고 나를 드러내자는 용기로 '못쓰면 어때.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하는 '아 몰랑 발행정신'이 필요하다.      

2025년 2월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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