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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치 Apr 28. 2016

마음 닿기

내가 가진 가장 밝은 기운이 당신에게 닿기를


너랑 있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이다. 나에게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고 한다. 밝은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기운이라며 참 고맙게도 어느 한분이 나에게 넌지시 말해주었다. 예전부터 가끔씩 듣곤 했던 말인데 요즘 부쩍 더 내 귀에 많이 들려오는 말이다. 게다가 그 밝은 기운의 영향 때문인지 어렸을 적 꿈이 개그우먼이었을 정도로 상대방이 웃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뿌듯함도 동시에 몰고 오곤 했다. 굳이 애써서 상대방을 웃기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자주 웃으면 상대방도 어느 새 나를 따라 입가에 미소 짓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때의 느낌은 잠들기 전 항상 내 뺨에 미소로 머물곤 했다. 그게 참 좋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얼굴도 모르는 타인들과 스치듯 마주하게 된다. 출퇴근하는 버스에서의 기사 아저씨, 택시 안에서의 기사 아저씨, 횡단보도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경찰분들, 공중화장실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카페에서 주문받는 아르바이트생, SNS 사이버 속의 사람들, 버스킹으로 귀를 힐링시켜주는 이름 모를 사람들, 직장에서 응대하는 고객들 등등 그 속에서 운 좋게 행복을 발견하거나 또는 불행을 마주하거나 무표정으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도 있고, 뜻밖의 인연과 끈이 어여쁘게 잘 묶일 수 도 있다. 이렇게 수많이 스치는 사람들 속에서 과연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사람 좋아하고 사람에 많이 데어본 내가 지금까지 무얼 남겨왔나 싶었다. 순간이라도 스치는 사람에게 혹은 뜻밖의 인연의 끈을 잇게 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떠한 사람으로 비추어 졌는지 궁금해졌고, '좋은 사람'이라는 함축된 의미로 상대방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작년부터 나는 버스를 탈 때마다, 택시를 탈 때마다 기사님께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습관화시키려 노력했다. 기를 쓰고 낑낑 거리며 억지 노력을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노력이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눈치만 살살 보고 먼저 인사하는 것이 괜히 쑥스럽고, '인사를 했는데 안 받아주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만 늘어가며 얼굴을 붉히곤 했는데, 한날은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학생이 버스를 타면서 기사님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라며 씩씩하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데, 그 순간 아무 말없이 무뚝뚝하게 먼저 인사해주신 기사님을 무시한 채로 버스 좌석에 털썩 앉아버린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 졌다. 동시에 그 학생이 인사를 하던 장면이 한없이 어여뻐 생생히 내 뇌리를 박고 간 덕이 나를 반성케 했다. 사소함이 이래서 무섭고 소중한 거구나 깨닫고 그 후로부터 가끔씩 교복 입은 그날의 학생을 떠올리며 기사님들께 꼬박 인사를 한다. 그중에는 나의 인사를 환하게 받아주시는 기사분들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시지만 인사를 받아주셨을 때 사소함에서 오는 뿌듯함이란 계속 느끼고 싶을 만큼 달콤하다.


그 외에도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그릇을 현관문 밖에 내다 놓을 때에도 잠깐의 귀찮음을 감수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버리고 물로 한번 헹구어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여유가 된다면 '잘 먹었습니다. 고생하세요.'라는 쪽지도 적어 본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중국집 배달 직원들의 고충과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다룬 사연에서 꾸준히 그릇을 깨끗이 비워 반납하고, 쪽지까지 남긴 가정집에 사장님께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셨던 따듯한 장면이 있었다.) 비록 나는 TV 사연처럼 서비스 군만두는 먹지 못했지만, 빈 그릇을 수거해 가시면서 '어? 이 집은 다르네?' 하며 의아함에 미소 짓고 우리 집 호수를 다시 한번 눈여겨 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에 즐겁기까지 하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그래서 크게 내세우지도 못할 일이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들에게 내가 작은 기쁨, 순간의 기쁨쯤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지레 짐작해본다.






하지만 내가 항상 선을 행하고 따듯한 행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간사함을 지닌 인간이었고, 좋고 싫음이라는게 존재했었다. 몰랐던 순간의 타인들을 알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다.

그 속에서는 어두운 사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었고 밝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었고 또한 그러고만 싶었다. 동화가 잘 되는 성격이다 보니 기를 빼앗기듯 나의 밝은 기운이 고갈되어버릴까 겁을 먹고 어두운 사람, 부정적인 이야기를 일삼는 사람들과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 가장 컸다. 물론 지금까지도 나를 시험에 들게하는 사람들과 마주 하는 일이 버겁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맑고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더더욱 따듯함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해 보였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 많이 갖고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는 모방으로 시작한 배움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지만 그들과는 조금은 다른, 속으로 무언가 가시를 품고있는 그들과의 관계는 날 아프게 하면서 더 빠르고 깊게 성장시켜 주곤했다. 그들을 위해 더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아 이제 한계야. 못하겠어.' 라며 다 내려놓는 순간 해결책을 찾았을 때의 감사함과 진정 아파본 사람만이, 슬픔의 맛을 아는 사람만이 참된 기쁨을 알 수 있다는 그 말의 속뜻을 뼈저리게 감격할 수 있는 소중함이 나에게 내면의 단단함과 참된 밝음을 선물로 주었다.


김지영(instagram: ago.9)님의 작품


앞으로도 끝없이 마음 닿기에 나의 시선이 머물기를 바란다. 겉치레가 아닌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성을 지닌 밝음을 위해 내면 깊은곳까지 건드려 보고 다듬어 가고 싶다. 홀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도전임을 잘 알기에 가능한 다양한 사람들과 나와 당신의 기운를 나누고 싶다. 그것이 나를 수면 아래로 잡아당기는 숨막힘이라고 할지언정 기꺼이 잠겨 난 뒤 수면위로 천천히 올라가면서 숨참음을 배우고 싶다.


나는 쭉쭉빵빵 몸매도 아니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해 능력 좋게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한 것도 아니고 작은 키에 낑낑거리며 누가 봐도 캐릭터를 퍽 닮아 웃을 때 그나마 귀여워지는 얼굴로 여러 사람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런 외모로 가끔은 세상을 향해 인상을 찡그릴 수 도있고 실패 속 좌절의 맛도 볼 수 있겠지만 언제나 내 시선의 끝은 '밝은 기운'일 것이다. 여기서 밝은 기운이란 마냥 즐거운 웃음 속 무지의 밝음이 아니라 그 동안에 쌓여온 여러 공감 속의 깊은 나눔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별거 아니라고 사소하게 혹은 깊게 맺었던 인연들이 지금 현재에는 가장 별것이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가장 뜻깊고 나에게 가장의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들로 자리해 주고 있는걸 보면 알 수 있다. 나 홀로는 얻을 수 없었던, 타인의 덕에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는 나의 '밝은 기운' 을 이제는 그들에게 내가 나누어 주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다.






흔쾌히 삽화 권유에 응해준 친구 김지영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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