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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이제 엄마 Oct 30. 2020

12. 방금 전 이거, '태동' 아닐까??

[임산부]일기

                                                                                                                                                                                                                                                                                                                                                         '물고기가 뻐끔뻐끔? 뱀이 스르륵?빗방울이 통통?'



뭐 이런 느낌이라구?



 안정기를 지나, 나는 하루하루 심신의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그래도 울아가가 잘 있는지는 늘 궁금한 것. 태동이 시작되면 아가의 움직임을 느끼기에 많이 안정된다던데 ···.



 '그런데, '태동'이 뭔데?'



 어렸을 적, 엄마들로부터 많이 들어온 태동담. 나는 그렇게 발차기가 심하고 강해 다들 아들일거라며 축하한다는 분위기였다는데, 낳고 보니, 둘째 딸.



 '······.'



 늘 이야기로만 들어오던 그 태동을, 이제 나도 느낄 수가 있다니 ···. 15주차에 의사가 진료를 보면서 '이제 곧 태동도 느낄거에요.' 라고 얘기했는데, 그런데, 하루하루가 지나고, 아무리 숨죽인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내 뱃속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태동은 언제들 느끼셨나요?'



 17주차가 지나면서도 조용하기만 한 것 같아 카페에 글을 하나 올렸더니, 돌연 달리는 댓글. '뱃살이 두꺼우면 늦게 느낄 수도 있어요.' 허걱, 괜히 애꿎은 뱃살에게 원망 ···.



 그렇게 '아들'이라는 성별을 확인하고 나서는, 매일밤 자려고 누워서는, '작은, 미세한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배에 손을 올려놓고 집중에 집중을 했다. '뻐끔뻐끔? 스르륵? 통통?'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찾아라!



 그런데 ···,



 도통 모르겠다. 뭔가 이거다! 라는 느낌이 오질 않았다. '내가 둔해서인가?' 다른 사람들은 15주차가 되기 전에 태동을 느꼈다, 심지어 셋째를 출산한 내 친구는,



"야, 셋째는 11주차에 느껴지더라."라고까지 했는데, 나는 도대체 언제?



 그러던 어느 날 ···,



 '혹시, 이건가?'



 올록볼록 ···? 그런데 ···,



 그게 꼭 내 장기가 움직이는 느낌 같기도 했다. 임신 전에도 느껴보던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친숙하게도 느껴지는 그 느낌에, 여전히 아리송 ······.



 뭔가 꿀룩꿀룩 올록볼록 약하게 툭 튀어나오는 느낌.



 남들이 말하는, '뻐끔, 스르륵, 통통' 뭐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내 장기가 소화 되는듯 한번 '올록'하는 느낌. 그런데 ···,



 그 느낌이, 엊그제도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느껴지는 것이다. 계속 ···, 매일 한번씩 ···, 이따금씩 ···, 그제서야 나는, '아, 이게 태동인가보다 ···.'싶었다.



 남들이 그렇게 얘기하던 설레는, 아름다운, 두근대는 느낌으로 빗방울이 '톡톡' 두드려주는 느낌? 아니었다. 그냥 꿀룩꿀룩, 투박하게 내 장기가 한번 꿀룩꿀룩하는 느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 이건가?' 싶었던 느낌은, '아, 이거구나!'라는 느낌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점점 더 분명히, 내 뱃속에서 열심히 꿀룩꿀룩.



 그러던 어느 날,



'와!'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내 배가 '볼록'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닌가. '오왓!' 너무 신기한 장면. 이젠 제법 커진 울아가의 움직임이 눈으로도 보이는 시기가 온 것이다.



 '핫, 너무 귀여워! 푸하하하!'



 나는 정말 '순간적인 그 순간'을 간직해 놓고 싶은 마음에, 기대 누운 채로 얼마나 내 배 위에 핸드폰을 들고 숨죽여 기다렸는지 모른다.



 울아가가 뱃속에서 '엄마, 안녕!' 하고 한번 크게 '꿀럭!'이는 그 모습을 담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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