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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Jun 22. 2024

동행의 시작

리나 편


레이첼과 나.


온라인에서 서로 알게 된 지 약 2년 반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딱 다섯 번 만난 사이.

우리는 각자 14,000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산다.

사회에서 만났지만 거의 매일 카톡으로 소통하며,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이런 우리가 7일 동안 아무 문제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제주에서의 일주일 동행 스토리- 리나 편 시작합니다.




6월 12일 수요일.

출근시간대에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까지 가야 했다. 막힐까 봐 서둘렀지만 그래도 너무 늦었다. 먼저 도착한 레이첼이 한 시간이나 공항에서 나를 기다려야 했다. 지난밤에 두 시간밖에 못 자서 버스 안에서 자려고 했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에 잠도 안 왔다. 수원에서부터 2시간이나 걸려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남아공에 사는 레이첼이 며칠 전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주여행을 떠나는 오늘이 우리가 거의 일 년 반 만에 처음 만나는 거라 설렜다.

'어디 있는 거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출국장에 내리자마자 두리번거리는 순간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레이첼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친구 얼굴이 바로 내 옆에 있었다. 그 순간부터 꿈과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분주하게 수속부터 밟았다. 공항에서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도 끊임없이 떠들었다. 만나면 얘기하자고 뒤로 미뤘던 말들을 생각나는 대로 꺼내다 보니 쉴틈이 없었다. 매일 카톡으로 일상을 주고받아서 그런지 어색함도 없었고 자주 만나는 친구처럼 우리는 그랬다.


첫날은 특별히 세운 계획은 없었다. 제주에서의 첫끼 메뉴만 정해뒀었다. 약간은 자유롭게 그리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렌터카를 인수받은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우진해장국" 식당으로 향했다. 지인과 동생이 추천해 준 식당은 공항에서 가까웠고, 인기 맛집이라 대기시간이 있었다. 약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제주도 우진해장국

처음 먹어보는 고사리 해장국은 1만 원.

첫 숟가락 뜨자마자 레이첼이 맛있다고 했다. 고기 넣고 푹 고아낸 진한 국물 맛이 느껴졌다. 고사리와 고기를 얼마나 오래 끓였는지 야들야들해서 잘 넘어갔다. 제주에서의 첫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숙소에 가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직선도로를 놔두고 서쪽 해안도로로 달렸다. 급할 게 없으니 여유롭게 가기로 했다.

레이첼과 나는 그동안 특히 작년에 치열하게 살아냈다. 각자 본업과 부업이 있고, 책까지 쓰느라 없는 시간 쪼개서 살았다. 난생처음 책 쓰는 나도 수고했고, 나의 라이팅 코치인 레이첼도 책 쓰고 자기만의 사업 시작하느라 고생했다. 열심히 살아내고 결과물까지 내놓은 우리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내가 레이첼을 계속 꼬셨다. 한국에 오라고, 같이 제주도 여행하자고 말이다. 레이첼은 내가 목표하고 계획한 대로 책을 쓰고 출판사와 계약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축하해 주러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꿈꾸던 제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북서쪽 이호테우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바다를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와! 진짜 멋있다. 저기 바다 좀 봐봐."

곳곳에 사람들이 차를 대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여기서 찍을까?"

차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공영주차장이 보이길래, 얼른 속도를 줄여 차를 세웠다.

나도 오랜만에 보는 바다라서 좋았지만 레이첼은 남아공에서 볼 수 없었던 바다를 보니 더 좋았을 거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이 느껴졌다. 맑고 푸른빛의 바다를 배경 삼아 사진 찍느라고 서로 핸드폰을 누르는 손길이 바빠졌다.


내가 친구를 찍어주고 친구가 나를 찍어줬다. 그리고 함께 나란히 앉아 찍었다. 한 화면에 우리 둘을 담을 수 있다니. 친구와 함께 사진 찍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이겠지만 내게는 몹시 기다리던 일이었다.

무려 14,000km 떨어진 거리에서 사는 우리는 줌에서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는데, 지금 내 옆에 친구가 있다.

친구의 목소리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고, 가까이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카메라 한 화면에 우리 둘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바다 냄새와 우리의 대화, 그날의 감정도 모두 함께 사진으로 찍어뒀다. 후에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날의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아침 일찍부터 하루종일 레이첼과 붙어 있었다. 꿈만 같은 일이 계속 이어지는 제주 첫날은 그저 즐겁고 기쁘기만 했다. 앞으로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갈지 모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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