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지킨다!
우리 집은 날마다 살피고 신경 써야 할 곳이 많다. 우선 엄마가 공부하는 지하실에는 보일러 실이 있는데 내가 오기 전에는 거기로 쥐들이 왔다 갔다 한 모양이다. 거기도 날마다 한 번씩 점검하고 내 채취를 남겨둬야 한다. 그다음은 거실 벽난로가 있는 쪽도 신경이 쓰인다. 굴뚝을 통해서 그 얌체 같은 쥐새끼들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마당과 뒷마당 관리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동네는 집집마다 나같이 생긴 놈들이 있는데 이 놈들이 우리 마당에 볼일을 보고 간 흔적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랑 내가 마당으로 산책을 나가면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나는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서 나는 잡다한 소리들도 예민하게 들어야 하고 집도 안전한지 둘러봐야 하고 철딱서니 없이 늘 히히덕거리고 옆집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는 엄마도 지켜야 하고 나는 늘 노심초사다.
어제는 엄마랑 산책 중이었는데 앞집에 있는 놈이 우리 집 마당으로 감히 발을 내디뎠다. 난 잽싸게 몸을 틀어 그놈을 쫓아갔다.
콜튼, 콜튼 싸우지 마(Don't fight)! 돌아와(Come back)!
엄마는 뒤따라 오며 나더러 싸우지 말고 돌아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처음에는 그놈을 그냥 겁만 주려고 했는데 엄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나를 더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놈을 꼭 잡아 한 대 줘 패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놈 집 울타리까지 쫓아갔지만 그 집 담을 넘지 않고 거기서 멈췄다. 분이 났다. 분을 삮이고 있는데 엄마는 내게 이웃하고 싸우면 안 된다고 훈계를 했다. 엄마의 훈계가 타이밍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질이 나서 엄마에게 말대꾸를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엄마는 나를 안아서 뒷마당으로 데려왔다. 나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울타리 옆에 서 있는 엄마 옆으로 이번에는 옆집 놈이 다가왔다.
내 이 놈을 걍...
나는 단박에 달려가서 이 놈하고 한 바탕 소동을 벌였다. 그놈은 몸집은 작았으나 빨랐다. 공격하다가 나도 몇 번의 잽을 맞았다. 그러나 아직 한 번도 싸움에 져본 적이 없는 내가 이 놈에게 질 수야 없지. 안 그래도 기분도 안 좋았는데 이놈을 반은 죽여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엄마가 물을 뿌렸다. 내가 놀라서 주춤하는 사이에 이 놈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내빼버렸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엄마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입을 벌리고 엄마에게 대들었다.
하아약... 으르렁...
엄마야... 애구 무서워!
자기가 엄마면서 엄마는 또 엄마를 찾는다. 엄마는 내 털과 꼬리가 부풀어 있는 것을 보고 잠시 주춤하다가 나더러 침착하라고 몇 번이고 말씀하신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는 눈을 크게 뜨더니 나한테 따지기 시작했다.
엄마한테 너 그럴래 정말!
그리곤 나한테 눈을 흘기셨다. 내가 너무 무례했던 것일까? 갑자기 엄마에게 미안해졌다. 엄마는 여기저기 빠진 내 털을 보시고 놀라셨다. 집으로 들어온 엄마는 갑자기 욕조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낌새가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욕실 문이 닫힌 후였다. 나는 꼼짝없이 목욕을 하게 생겼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목욕!
털이 너무 많이 빠지면 헤어볼이 많아져서 네가 토해내기 힘들어
엄마가 최대한 빨리 해줄게!
춥지? 미안해! 빨리 끝낼게!
엄마한테 진짜 말하고 싶다.
엄니, 제발 말 좀 그만하시구 목욕 좀 빨리 끝내주세용!!!
우리 엄마는 다 좋은데 매사에 말이 너무 많다. 미안하면 애초에 목욕을 시키지 말던가. 추울 걸 알면서 왜 묻는 건지...
목욕을 끝내고 나면 나는 엄마가 내 몸의 물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내가 마지막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몸에서 대강 물기를 없애고 나면 엄마는 내게 맛난 습식 사료를 주신다. 목욕을 하는 동안은 죽을 맛이지만 맛난 습식 사료를 먹을 때만큼은 참고 목욕한 것이 잘했다 싶기도 하다. 뭐든 공짜는 없으니까...
어제는 이웃들하고 한 바탕 싸우고 목욕하고 하루가 온통 긴장과 스트레스로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