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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13. 2024

피가로에게 청첩장을 받았다.

영화[쇼생크의 탈출]을 다시 볼 이유

피가로에게 청첩장을 받았다.


신랑: 피가로/ 신부: 수잔나

음악감독: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일시: 2024년 7월 6일 오후 3시

장소: 공주 문예회관


드디어 오늘이 <피가로의 결혼식> 날이다. 둘의 결혼식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더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미리 알아보니 결혼식이 3시간 넘게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오후 3시에 시작이면 점심 식사도 없을 테고, 저녁 6시가 넘어서 끝난다. 배고프겠다, 졸리면 어쩌지, 엉덩이 아프겠다 등 궁시렁 대며 딸아이와 같이 갔다. 축의금을 많이 내고 싶었으나 어른은 2만 원, 학생은 만 원만 내라고 했다. 피가로의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하객들로 식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피가로 인맥관리 잘했네!

피가로! 한때는 직장 상사 <알마비바백작>에게 자신의 신부 <수잔나>를 빼앗길 뻔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다.     

자리에 앉으니 [피가로의 서곡] 으로 웅장하게 식이 시작되었다.


많이 들어본 곡인데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르면 지구인이 아닌 거로 오해받을 수 있는 음악천재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곡이었다.      


중간에는 피가로의 친구 <케루비노>가 축가를 부른다.

그런데 곡의 제목이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사랑을 막 시작한 시기에 드는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한 곡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어렵게 결혼한 만큼 이 불타는 사랑을 꺼트리지 말고, <피가로와 수잔나>가 결혼생활 백년해로하길 바라본다.  


-다음은 가사의 일부


사랑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열망으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 기쁨으로 가득 찼다가 다시 고통스럽고,

나의 영혼 온통 차갑게 얼었다가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를 반복해요.

~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낮이고 밤이고 평온을 찾을 수 없지만, 그런 번민의 순간을 또 기다립니다.          


<케루비노>는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자신의 결혼식에 와준 친구에게 <피가로>가 답가로 [더 이상 날지 못하리]를 불러준다. 평소 여러 여인에게 문란한 태도로 다가가며 생활했던 미소년 <케루비노>가 군입대를 명 받은 것을 알고, 코믹하게 이별을 고하는 노래였다. 나비처럼 이 꽃 저 꽃 날아다니지 말고 조용히 군대에서 훈련이나 받으라는 뜻인가? (결국 케루비노는 어찌어찌하여 군대에 가지 않게 된다.)    


결혼식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수잔나>와 알마비바 백작의 부인 <로지나>가 같이 부른다. 내막을 알고 이 노랫말을 들어보니 로지나 부인이 얼마나 속이 썩었을까, 까맣게 타들어 간 마음을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로 승화시킨 듯하다. 자신의 남편이 수잔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걸 알아버리고 백작을 골탕 먹이기 위한 편지를 쓰면서 같이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이 노래가 유명해진 것이 바로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억울하게 감옥에 들어와 대탈출에 성공하는 그 영화!

많은 사람의 인생 최고작이고, 명장면이 바로 앤디가 교도소 사무실 안에서 문을 잠근 채 모차르트의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LP판을 튼다. 그 순간 교도소 안의 모든 죄수는 스피커를 향해 두 손 모으고 음악을 감상한다. 감옥 안에 오랜 시간을 갇혀서 그날이 그날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음악을 듣고 무슨 생각과 울림을 깨달아서 그렇게 조용히 듣기만 했을까. 가사도 이탈리아어라 나처럼 못 알아들었을 텐데 말이다. 아름다운 선율과 내일이 없는 암담한 교도소의 상황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라 더욱더 뇌리에 두고두고 남는다.  

(모차르트 덕분에 피가로의 결혼식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졌다.)


그렇게 여자를 밝히는 <알마비바 백작>도 결국엔 <로지나 부인>의 용서로 일이 잘 종결되고 마지막 결혼식 곡도 [백작부인, 용서해 주오] 알마비바 백작이 자처해서 부른다.      

결국에 인생의 해답은 ‘용서와 사랑’이라는 영원한 진리를 하객들에게 일깨워주며 대장정의 3시간 결혼식이 마무리되었다.

엉덩이와의 싸움! 입이 찢어질 듯한 하품이 난무하는 결혼식이었지만 졸릴만하면 익숙한 곡이 나와 눈이 번쩍 뜨이고, 내 귀는 3시간 내내 호강했다.


완벽한 피날레로 식을 성대하게 잘 치른 피가로와 수잔나! 축하해! 영원히 행복하길.


보라색 글자의 노래들은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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