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알람이 울리자 나는 공영주차장에 세워둔
작은 차 운전석에 몸을 던졌다.
하루를 버티느라 지친 몸은 금세 의자에 파묻혔다.
공단에서 쏟아져 나온 퇴근 차량들로 도로는 곧 주차장이 되었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서 멍하니 불빛이 바뀌길 기다린다.
끝없이 이어진 차들 속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왜 이 낯선 차들 사이에 서 있는 걸까.”
나는 올해 쉰네 살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걸까.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아직도 한창 젊은 것이 무슨 소리냐’ 하실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웃어 넘기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난 누구지? 여긴 어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뒤차의 경적 소리에 정신을 거두고 다시 엑셀을 밟는다.
앞으로 나아가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사실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은 2년 계약직이다.
올해 12월이면 계약이 끝난다.
이 회사는 처음이 아니다.
2020년 7월부터 2년을 다니다가 퇴사했고,
이후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내보았지만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또다시 2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내년이면 다시 새로운 이력서를 써야 한다.
내 이력서는 겉보기에 화려하다.
30대 후반에는 책을 낸 저자이기도 했고,
여러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도 있다.
다양한 회사 사보에 글을 연재했고, 파워블로거였으며
유튜브 활동도 이어왔다.
그러나 그 모든 이력은 지금의 나를 불러주지 못했다.
쉰을 넘긴 지금, 그 화려함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하지 않았다.
50대 여성을 반갑게 맞아주는 회사는 없다는 현실이
나를 절망하게 했다.
40대에는 체감하지 못했던 사회의 벽이
50대 중반에 이르러 내 앞을 막아섰다.
나의 쓰임은 어디에 있을까.
정말 나를 반겨줄 곳은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 나이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을밤이 깊어질수록 그 고민은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잠시 멈춰야 한다는 것을.
어디로 향하는지 묻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다.
멈춰 서야 내가 제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새 샛길로 빠진 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샛길에 들어섰다면 다시 돌아와 나아가면 된다.
잠시 멈춰 나를 점검하고,
넘어졌다면 일으켜 세우고, 다쳤다면 보듬어 주자.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길이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던 날들에도,
멈춰 서니 보이는 길이 있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자.
우리는 다시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아직 우리의 지도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 편 예고
워드 강사에서 DIY 파워블로거까지, 나의 첫 번째 전환기
한때는 강의실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또 한때는 인터넷에서 ‘파워블로거’라 불렸다.
그 변화의 순간들이 내 삶에 어떤 전환을 가져왔는지,
2-1편에서 이야기하려 한다.